졸업과 시작

by 앞니맘


딸의 졸업식 준비는 몇 달 전부터 시작됐다.

앨범 사진을 찍고, 마지막 날 상영할 추억 영상을 직접 제작했다. 음악을 고르고, 촬영 감독과 편집자를 뽑는 일까지 모두 아이들의 몫이었다.
딸은 전체 편집을 맡았고, 촬영도 일부 담당했다.
촬영 파트너와 의견이 달라 잠시 속상한 날도 있었지만, 결국 끝까지 해냈다.

“드디어 끝났다.”

편집을 마치고 나오는 딸의 얼굴에는 해방감과 자신감이 동시에 묻어 있었다. 그렇게 졸업식 준비가 마무리됐다.


나는 며칠을 망설이다 결국 톡을 보냈다.

ㅇㅇ이 졸업식이 내일 10시인데… 아빠랑 비슷한 사람이 한 명 와 있으면 좋겠어요.
어머님, 아버님은 오시기 부담스러우실 것 같고요. 상황 되면 도련님만 잠깐 와서 졸업식 보고 짜장면 같이 먹고 가면 좋겠어요.”

“당연하죠.”

대기하고 있던 사람처럼 오겠다는 답장이 바로 왔다.


아침 차량 운행을 마친 나는 꽃집으로 향했다.

“유치원 졸업식 때 나만 꽃이 없었어. 아빠가 꽃을 부처님께 올렸다니까. 이번엔 꼭 사 와.”

혼자만 꽃다발이 없던 유치원 졸업식날의 원망을 풀어줄 날이, 6년 만에 돌아왔다.

노란 프리지아와 안개꽃으로 만든 꽃다발을 들고 학교로 향했다.


무대 위에서는 졸업생들의 자축 공연이 시작됐다.
데몬헌터스 노래에 맞춰 6학년 전체가 춤을 췄다.
거실에서 매일 춤을 추던 딸의 모습이 무대 위에 있었다. 그 뒤로 딸이 편집한 영상이 상영되었고, 웃음과 함께 관객석 반응도 만족스러웠다.


걷기 시작할 때부터 마이크를 잡고,

핸드폰을 몰래 가져가 촬영을 하고,
집에서 가장 먼저 유튜브를 시작하고,
아빠에게도 유튜브의 세계를 설명해 주던 딸.
아빠가 딸의 영상을 찍으며 깔깔 웃던 날들.
그 손끝의 재능이 오늘 하나의 결과물이 되어 있었다.


마지막 순서로 졸업식 노래가 울려 퍼졌다.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아이들이 함께 불렀다.

아들들 세대는 015B의 〈이젠 안녕〉을 불렀고,
나는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을 불렀다.
졸업식 노래가 세대마다 달라진 것처럼, 아이들 얼굴도 마음가짐도 많이 변해가고 있었다.

졸업식은 잔치처럼 마무리되었고, 중학교를 향해 내딛는 걸음이 가볍고 행복하길 바라며 부모들은 한 마음으로 박수를 보냈다.


딸의 성장을 곁에서 함께하며 사랑과 관심을 보내주던 동생과 지인들의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 그 진심이 고마워 눈물이 핑 돌았다.

삼 남매가 같은 학교를 졸업했고 같은 자리에서 오늘 마지막 졸업사진을 찍었다.


졸업식의 국룰대로, 우리는 딸이 좋아하는 손짜장집으로 향했다.

아빠를 닮은 큰오빠, 아빠와 가장 비슷한 삼촌, 그리고 엄마·아빠의 친구에서 이제는 딸의 친구가 되어준 선희 이모까지.... 그 세 사람이 딸의 졸업식을 축하하며 함께 짜장면을 먹어주었다.


분명 오늘도, 졸업식장 어딘가에서 남편이 막내딸을 찾느라 두리번거리고 있었을 것만 같았다. 앞으로도 건강하고 이쁘게 커야 한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줄 거 같았다.

추운 날씨였지만 차창밖으로 비치는 겨울 햇빛은 따스하게 느껴졌다.


끝과 시작은 맞물려 있다. 졸업과 입학이 그렇고 12월 31일과 1월 1일이 그렇다. 작은 케이크에 보내는 마음과 맞이하는 마음을 담았다.

2025년을 보내고 2026년을 부르는 카운트를 외쳤다. 잠깐 카톡이 불통이다.


우리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자. 꼭이야.

여러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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