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선물

by 앞니맘

딸이 친구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싶다며 1박 2일을 계획했다. 조용히 특선영화를 보다 아이가 잠든 뒤, 자동차 트렁크에서 선물을 꺼내 트리 아래 놓던 ‘산타의 밤’은 어느새 추억이 되었다.

산타를 믿던 시절이 지나고, 원하는 선물을 사 주는 방식으로 바뀐 지도 몇 해. 숨기고 기다리며 연출하던 재미가 아주 조금 아쉽기도 하다.


12월 31일 졸업을 앞둔 딸에게 롱패딩을 선물하며 ‘졸업·입학 선물’은 이미 끝냈다. 그래도 마음 한편이 허전했는지, 크리스마스 선물 대신 친구와 보내는 시간을 원했고, 나는 기꺼이 허락했다.


학교를 마친 딸은 친구와 방방에서 뛰어놀고 떡볶이까지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나는 서둘러 귀가했다.

“친구 오는데 방 안 치워?”
“손님도 아니고 친구야. 괜찮아.”

괜찮다는 아이와 달리, 방은 좋게 말해도 ‘자유로운 상태’였다. 퇴근하자마자 가방만 던져놓고 대청소를 시작했다. 딸의 긴 머리카락이 검불처럼 엉겨 있는 바닥을 끈끈이 테이프로 밀고, 물걸레질까지 마쳤다. 거실엔 건조기에서 꺼낸 옷이 한 무더기 쌓여 있었다.

“옷장에 넣어 달라 했던 게 언제더라…”
투덜거리며도 손은 쉼 없이 움직였다.


드디어 아이들이 도착했다. 인사만 건네고 나는 조용히 집을 나섰다. 패딩 안에 운동복을 껴입고 학원으로 향했다. 초승달이 선명하게 떠 있었다. 초승달은 저녁 시간에만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운동을 마친 뒤에도 바로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아이들이 편안히 놀길 바라는 마음에 드라이브를 했다. 도시의 화려한 불빛과는 다른

크리스마스이브.

교회와 편의점 불빛만이 간간히 남아 있는 고요하고 거룩한 12월의 길.

‘예수님이 태어난 곳도 이런 밤이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아침 식사로 무엇을 먹을지 모르는 아이들을 위해 편의점에 들러 식빵을 샀다. 집에 있는 계란, 우유, 수프를 더하면 프렌치토스트 식사가 완성된다.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스티커로 창을 꾸미고 케이크를 나눠 먹고 있었다.

초등학생들만의 크리스마스이브, 그 밤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 나는 조용히 내 방으로 들어갔다.


지인들의 크리스마스 메시지가 연달아 도착했다. 그 순간, 장난처럼 가족 단톡방에 글을 남겼다.

“얘들아, 나도 크리스마스 선물 줘. 유료 이모티콘 하나도 없다. 엄마랑 어울리는 걸로 부탁해.”

구걸에 메시지를 남기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군대 간 아들이 가장 먼저 선물을 보냈다. 귀여운 소녀 캐릭터 이모티콘이었다. 곧이어 큰아들이 고릴라 이모티콘을 보냈다. 두 녀석의 성격이 고스란히 담긴 선물들. 덕분에 나는 하루아침에 이모티콘 부자가 되었다. 앞으로도 ‘대놓고 선물 달라’고 해야겠다.


딸에게 줄 마지막 선물은 아침밥이었다. 딸이 방에서 나와 분주한 나를 꽉 안아줬다.

“이게 선물이야.”
딸은 나만의 이모티콘이었다. 된장찌개, 돼지고기 스테이크, 김, 사과까지 차려놓고 나는 산책을 나왔다.


바람도 불고, 영하의 날씨였지만 하나도 춥지 않았다. 마음이 춥지 않아서일까.


2026년 중학생이 될 딸을 응원하며 준비한, 2025년의 크리스마스.

큰 아들은 동생의 운전기사가 되어주고, 2층에 스스로 갇혀 조용한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나는 딸의 친구를 초대하는 일 전체를 기꺼운 마음으로 함께했다.


올해 딸에게 건넸던 그 따뜻한 하루처럼,
우리 모두에게도 마음을 데워 주는 작은 선물이 찾아오길 바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