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라서 저작권이 하나라고요?

by 앞니맘

1999년, **『검정고무신의 실수 특급』**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남편이 그림을 그리고 내가 글을 쓴 책이다. 우리가 함께 만든 처음이자 마지막 책이기도 하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자료를 정리하다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다. 소송이 진행 중인 출판사에서 **『검정고무신의 실수 특급』**을 표지와 제목만 바꾼 채 판매하고 있었던 것이다. 표지에는 여전히 내 이름이 글작가로 올라가 있었고 내용도 변한 것이 없었다. 몇 편의 글이 추가되거나 빠졌을 뿐 내가 쓴 원고였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냥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나는 2024년 11월 24일 출판사를 저작권 침해로 고소했다. 경찰 조사를 한 차례 받았고 사건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어 검찰로 송치됐다.

하지만 검찰은 “글 작가라는 사실을 입증하라”는 보강 수사를 요청했다. 나는 자료를 제출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사이 검사가 또 바뀌었다.

사건은 다시 경찰로 돌아왔다. 그 후로 경찰서에서는 보강 수사가 진행되는지 아무 연락도 없었다. 나는 결국 직접 연락을 했다.

“형사님, 제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 사건은 담당자가 바뀌었으니 경찰서로 문의해 보세요.”

이 문자를 받은 뒤 바뀐 담당 형사와 겨우 통화를 했다. 전화를 끊는 순간 이런 생각이 스쳤다.

'이 사건은 혐의 없음으로 끝나겠구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어제 불송치 이유서를 받았다.

불송치 이유:저작권법 제48조는 공동저작물에 대하여 공동저작자들 사이에서는 행사 방법을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피의자가 공동하였다는 저작물의 일방과 계약을 하여 공동저작물을 출판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상대방에 대한 저작권법 침해 행위가 그 즉시 성립 할 수 없다. 이와 관련 1. 피의자는 공동저작물의 경우 통상적으로 대표 저작자와 계약을 진행하며 검정고무신의 원작자와 계약을 진행하였고 계약서 내 저작물의 내용이 제삼자의 권리를 침해하였을 경우 원작자가 책임을 진다는 조항을 기재하였기 때문에 당연히 원작자가 부부 관계에 있는 고소인에게 동의를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고 진술한 점, 2. 저작권법 제15조 제2항 공동저작물의 저작자는 그들 중에서 저작인격권을 대표하여 행사할 수 있는 자를 정할 수 있으며, 검정고무신은 우리나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으로 그 원작자와 계약을 하며 피의자가 원작자와 원작자가 부부 관계에 있는 공동저작자인 고소인의 동의 및 위임을 받지 않고 출판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에 대하여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상황인 점을 종합하여 볼 때, 피의자가 공동저작물에 대하여 고소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고소인의 남편인 원작자와만 계약을 하고 그 공동저작물에 대하여 재출판을 하였던 것은 사실이나 피의자가 공동저작자인 고소인의 저작권을 침해 및 배포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 피의자는 증거 불충분하여 혐의 없다.

남편은 검정고무신 캐릭터의 원저작자였지만 그 캐릭터를 그려서 출판했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했고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 시작은 캐릭터 사업용이라고 써 달라던 단 한 장 짜리 불공정 계약서였다. 주고받은 대화도 있었고 충분히 납득할 정황도 있었지만 계약서의 힘을 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출판사가 나와 계약도 지 않은 채 내 책을 판매하고 있었다. 남편이 대표로 계약서를 썼고 글 작가와 그림 작가가 부부라는 것이다.

'남편이 말 안 했을 리 없고 내가 모를 리 없다.'

그들의 추측은 받아들였지만

'남편은 말하지 않았고 나는 정말 몰랐다.'라는 진실은 외면되었다. 우리가 부부라는 이유로 출판사는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인식이 없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저작권과 계약서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출판사가 내 이름 한 글자 없는 계약서를 근거로 혐의 없음을 받아냈다.

왜 이렇게 법은 우리에게만 가혹하게 느껴지는 걸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부부라면 계약도 하나면 된다는 논리에 동의하시나요?
배우자가 하는 일을 모두 알고 계신가요?

부족한 저는

남편의 일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모르고 있던 일이 참 많았습니다.


3년, 힘들었지만 시간은 흘렀다. 아이들과 나는 잘 버텨냈다.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일이 남아 있지만 남편의 재판은 끝났다.


오늘은 남편의 3주기다. 법당 안에 울리는 염불 소리가 사랑했던 우리의 시간을 불러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