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줄넘기도 넣을까?"
겨울방학과 함께 봄방학이 시작된 지 꽤 오래 지났는데 딸은 아무 곳에도 갈 수 없다고 불만이 많다. 잊을 만도한 몇 년 전 제주도 여행 얘기를 하면서 넋두리를 한다. 코로나의 시작이 중국이라고 중국을 원망하기도 하고 교회에 간 사람들이 이상하다고도 하면서 그 답답함을 원망으로 돌리면서 지내고 있다. 그런데 여행을 간 친구들이 카톡을 통해 알려오고
프사에 사진이 올라오면서 우리는 못 가는데 친구들은 왜 갔냐고 묻는다.
"엄마가 유치원에 근무해서 돌아다니다가 코로나에 걸리면 애들도 다 검사해야 해서 조심해야 해"
"그럼 코로나가 없어지던지 엄마가 유치원 그만둬야 놀러 가는 거야?"
"상황 봐서 외할머니네 가자."
"이모가 방학했다고 오라고 했는데 엄마는 방학이 벌써 끝났잖아."
딸의 말대로 유치원은 1주일 만에 방학이 끝이 났고 그때는 딸도 아들도 방학을 하지 않아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지도 못했다. 나도 애들 학교 보내느라 편하게 쉬지는 못했다. 아이들이 방학한 후에는 나는 출근을 했고 아직 휴가 중인 교사들을 대신해 유치원을 지켜야 했다. 딱 하루라도 혼자서 실컷 자고 널브러져 있고 싶다는 소망은 사치가 된 체로 1월이 다 가고 2월도 다 지나가고 있다.
드디어 교사들 전체가 출근하는 주에 나는 이 틀 휴가를 냈다. 우리의 여행지는 친정이다. 그곳은 안전하고 경제적이고 쉴 수 있는 곳이다. 딸은 전 날부터 짐을 다 싸 놓고 이모, 삼촌에게 전화를 하고 동탄에 사는 외사촌 언니에게도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
"진짜 오랜만에 짐을 싸니까 좋다. 엄마도 빨리 싸"
"엄마는 쌀 게 없어. 속옷만 챙기면 된다니까"
"할머니 옷 입으면 되니까?"
"맞아, 아빠나 싸라고 해"
"아빠도 쌀 게 없을걸? 제주도도 아니고 뭐 할머니 집이라서 다 있잖아."
"그렇긴 하다."
"엄마랑 큰오빠람 제주도에 헬로키티 방 갔을 때 진짜 좋았는데 그립다."
"아빠가 아니라 오빠랑 갔는데도 그렇게 좋았어?"
"엄청 좋았지. 또 가고 싶다. 근데 아빠는 딴 사람하고 놀러 갔지?"
"기억력도 좋다. 딴 사람하고 사진까지 찍으면서 놀다 온건 몰랐지?"
"진짜? 배신자."
"배신자 나타났다. 조용히 하자. "
"ㅋㅋㅋㅋ"
우리는 이렇게 오랜만에 여행 아닌 여행을 준비하면서 신이 났다.
나는 내 원가족들과도 현재 내 가족들과도 가족여행을 한 번도 가지 못 했다. 오늘도 아들 둘은 빠진 남편과 딸 그리고 나의 여행 가방을 싼다. 막내가 3살 되던 해 2015년 새해에 제주도 가족 여행을 계획했었다. 하지만 결론은 가지 못했다. 그때 가족 여행에 대한 남편의 부정적 태도가 무산의 가장 큰 이유였다. 얼 마 뒤에 남편은 제주도에 여행을 말없이 다녀왔다. 물론 가족은 아니었다. 늘 지지고 볶는 가족끼리 여행이 싫어서 일 수도 있고 이미 잡혀 있던 약속이었다면 며칠 사이로 제주도에 가기 싫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묻지 않았다. 그 진심이 무엇이든 가족이 선택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마음에 상처였다. 나는 그 이후에 가족여행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가족 여행이라면 무조건 행복해야 하고 행복할 거라는 내 생각이 잘 못 되어 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때 행복하듯 짝사랑 같은 여행은 하고 싶지 않았다. 사진만 봐도 남편의 여행은 행복한 여행이었던 것 같았다. 남편은 진짜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가족이 여행을 하고 함께 추억을 공유하는 문화를 남편도 나도 배우지 못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는 말처럼 나는 우리 부모님과도 여행을 다녀본 기억이 없다. 부모가 양육하는 모습을 체득하고 내가 부모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때 그 영역은 받아보지 못해서 부모역할에서 빠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똑똑한 내 동생은 달랐다. 여름 겨울방학 때마다 가족 여행을 떠났다. 물론 내가 원하는 무조건 행복하려고 떠나는 여행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학습여행도 겸 했을 것이고 엄마가 해 보지 못한 결핍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기 싫어서였을 것이다. 동생은 항상 나 보다 한 수 위였다. 내 동생은 언니 같은 동생이다.
늘 언니 같은 그 동생이 늦둥이 육아와 직장에 지친 동생 같은 언니와
넘치는 에너지를 다 못쓰고 코로나에 지쳐가는 어린 조카를 위해 한옥마을을 예약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나와 딸은 그런 여행을 준비하면서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