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나에게 시가 전해온 메시지
나는 참 성미가 급하다.
빠른 성과, 빠른 결과, 빠른 반응을 얻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한다.
그러나 즉각적인 보상이 없으면 쉽게 열정이 식어버린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렇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대체 문제가 뭘까?
나는 오늘 발견한 이 시에서 잊었던 해답을 찾은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어딘가에 이르기 위해 그토록 서둘러 달려갈 때
그곳으로 가는 즐거움의 절반을 놓치는 것이다.
걱정과 조바심으로 보낸 하루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버려는지는 선물과 같다.
왜 에세이를 쓰고 있었지?
왜 소설을 쓰고 있었지?
왜 운동을 하고 있었지?
왜 책을 읽고 있었지?
...
내가 왜 '그 일들'을 하고 있었지?
아, 나는 중요한 걸 놓치고 있었다.
오늘보다 한걸음 더 나아진 내일을 맞이하는 나.
그런 내가 멋져서, 오늘도 한 뼘자라볼 기대로 눈뜨는 상쾌한 아침이 기분 좋아서였는데.
어느새 그 즐거움을 잊고 나는 언제나처럼 성과주의에 빠져들고 있었다.
열심히 글을 썼는데 별 반응이 없다고,
열심히 운동한 데 비해 살은 눈에 띄게 빠지지 않았다고 스스로에게 실망하며 마치 실패라도 한 것처럼.
내가 놓친 것은 바로 시인이 말하는 '그곳으로 가는 즐거움.'이었다.
또 시인은 아래와 같이 말한다.
회전목마 타는 아이들을
바라본 적 있는가.
아니면 땅바닥에 떨어지는 빗방울소리에
귀 기울인 적 있는가.
펄럭이며 날아가는 나비를 뒤따라간 적은,
저물어가는 태양 빛을 지켜본 적은.
속도를 늦추라.
너무 빨리 춤추지 말라.
시간은 짧고,
음악은 머지않아 끝날테니
(중략...)
삶은 달리기 경주가 아니다.
속도를 늦추고,
음악에 귀 기울이라.
노래가 끝나기 전에.
과연 나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건가.
인생이라는 노래를 충분히 즐기며 멋들어지게 춤추고 있는 건가.
아니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에 한 음절 한 음절을 '의무감', 또는 '일'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시의 마지막 행을 읽으면서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소중한 순간들을 모아 채워갈 나의 미래와 인생.
이 순간의 의미와 즐거움.
그걸 놓쳤기에 나는 결국 좋아했던 일에도 쉽게 싫증을 냈던 것이 아닌가.
소설가 김영하의 에세이에서 읽었던 어떤 문장이 떠올랐다.
책장에서 '단 한 번의 삶'이라는 책을 꺼내 표시해 두었던 부분을 다시 읽어 보았다.
"인간은 보통 한 해에 할 수 있는 일은 과대평가하고, 십 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과소평가한다는 말을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새해에 세운 그 거창한 계획들을 완수하기에 열두 달은 너무 짧다. 그러나 십 년은 무엇이든 일단 시작해서 띄엄띄엄해나가면 어느 정도는 그럭저럭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내가 해놓았던 메모가 눈에 띄었다.
'10년 동안 띄엄띄엄. 그저 과정에 즐거움을 느끼자.'
물론 오늘 내가 쓴 소설이 갑자기 베스트셀러가 될리는 없다.
지금 쓰고 있는 이 에세이가 인기폭주글이 될 가능성도 아주 희박하다.
살이 한 번에 훅! 빠져서 늘씬한 몸이 되는 건 병원에 가야 마땅할 일이다.
책 한 권을 다 읽었다고 해서 박학다식한 사람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읽어주었을 때의 감동과 기쁨.
책에서 얻은 깨달음과 함께 오는 짜릿함.
운동으로 얻은 아주 조금의 체력.
그 순간순간에 느낀 즐거움을 천천히 쌓고 간직하면서 10년을 보낸다면 그 때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에세이를 쓰고, 소설을 쓰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은 오늘은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남는다.
당장 그에 따른 별다른 보상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인생이라는 음악에 몸을 맡기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내가 즐거워하는 것들을 하면서 살고 싶다.
완벽주의에 나를 갉아먹지 않고 결과에 목매어 조급해하지 않으면서.
내 인생의 한 장 한 장을 나만의 의미로 채우기 위해 소중한 손길로 매만지고,
은근한 기쁨과 천천히 걷는 여유를 만끽하면서 말이다.
속도를 늦추고 음악을 즐기며 천천히 오래도록.
삶은 달리기 경주가 아니다.
속도를 늦추고,
음악에 귀 기울이라.
노래가 끝나기 전에.
『마음 챙김의 시』에 수록된 시, 「더 느리게 춤추라(데이비드 L. 웨더포드 지음)」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