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앞에 놓인 것을 마음의 저울로 재본다면 어떨까요?

유경환 시인의 '낙산사 가는 길 3'을 읽고.

by 윤숲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커피 한 잔을 내려서 책상에 앉았다.

책상 위에 놓인 시집을 펼쳐서 시 한 편을 읽었다.


낙산사 가는 길 3이라는 유경환 시인의 작품이었다.




...


저 못에 담긴

고요

달 수 있을까


...


달 수 있는

하늘 저울

마음일 뿐





아름다운 단어들과 여백이 좋았다.

마음속에 한적한 풍경이 펼쳐졌다.

모든 것이 조용하고 고요해졌다.


책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자,

창 밖에 내놓은 화분들이 잎새를 살랑 흔드는 것이 보였다.

그 위로 따스한 아침햇볕이 차분히 스미고 있다.

담요에 폭 싸인 강아지 두 마리가 서로에게 등을 기댄 채 동그란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가슴이 따뜻해졌다. 나도 몰래 미소가 번졌다.


나도 저들의 무게를 한 번 재볼까?

지금 저 화분의 무게는 내 미소에 담긴 기쁨만큼.

어느새 잠든 강아지의 무게는 내가 느낀 행복만큼.


나는 빈 종이를 꺼내 가만히 시를 옮겨 적었다.

못, 고요, 산, 하늘, 마음.

단어를 적을 때마다 글자에 감정이 실린다.

예쁜 모양새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정성을 다한다.


시를 읽다 보면 지금 느낀 마음을 그대로 남기고 싶게끔 만드는 시들이 있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글을 쓰게 만드는.

그런 시들을 하나하나 내 손으로 적어 모아가는 재미가 있다.


오늘 하루 나는 마주치는 모든 것을 마음의 저울로 재 볼 것이다.

어제와 다를 것 없을 세상이, 내게 얼마큼 달라 보이는지.

겉보기엔 하찮은 것이 얼마나 소중해지는지.




『단 한 줄만 내 마음에 새긴다고 해도』(나민애 지음)에 수록된 유경환 시인의「낙산사 가는 길 3」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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