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정보'다—「감정의 과학」을 읽고.

감정 다루기(1):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경로를 조절하는 법

by 윤숲






우리는 매 순간, 각자의 관점과 기분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같은 말도 어떤 날엔 따뜻하게 들리고, 또 어떤 날엔 괜히 신경에 거슬려요.

예를 들면 평소에는 김 부장님의 칭찬이 고맙고 기분이 좋다가도, 어떤 날엔 '왜 오지랖이야?'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처럼요.


또 우리는 그때그때의 감정을 적당히 숨기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할 땐 가면을 쓴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곤 하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어떤 기분인지 자각하기보단 주변에 보일 모습에 더 신경 쓸 때가 많습니다. 내 감정상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면 어려울 때도 있어요.

하지만 사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밀려드는 업무에, 혹은 우중충한 날씨에도 감정곡선은 우리도 모르게 너울처럼 오르내립니다. 그걸 모른 척하고 묻어두려니 힘들 수밖에요. 그러다 실수로 툭 가면 밖으로 맨얼굴이 드러나기라도 하면 적잖이 당황할 때가 많아요.


감정의 변화가 잦거나 너무 극단적이면 몸과 마음이 지칩니다. 또 적절한 시점에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 우리는 소중한 기회를 놓치기도 합니다. 그러니 그런 감정을 잘 관리할 수만 있다면 우리의 인생이 더욱 쾌적하고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복잡하고 시끄러운 내면을 잘 정돈하는 것이 가장 우선순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감정이 대체 무엇인지 공부하기로 했어요. 그런 맥락에서 저에게 커다란 깨달음을 준 첫 번째 책이 바로 심리학자이자 뇌과학자인 이선 크로스(Ethan Kross)의 저서인「감정의 과학」입니다.




감정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정보일 뿐이다


이선 크로스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감정은 우리가 맞닥뜨린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고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 정보의 역할을 한다고 말이죠. 부정적인 감정 또한 예외가 아닙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부정적인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 모두가 필요하며, 그것들을 몰아내거나 과도하게 긍정해서도 안되고, 존중하고 받아들이며 포용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렇기에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죠.


'감정을 소음이 아닌 신호로 여기고, 어떤 감정이든 그것을 내면의 길잡이로 삼아 세상을 헤쳐 나가면 된다.'


저는 난생처음으로 제가 가진 감정이 참 든든한 것이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상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분노와 싸워야 했고, 불쑥 덮쳐오는 불안과 우울감에서는 달아나야 했던 제게 감정이란 언제나 '극복해야 할 것'이었거든요.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것들이 멀어져야 할 대상이 아닌, 함께 상황을 헤쳐나가 줄 조력자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죠.


감정 조절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십분 활용하는데서 시작된다.

저는 이 문장이야말로 책 전체의 내용을 관통하는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격렬한 감정을 품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어쩔 수는 없겠지만, 강력한 신경 시스템을 잘만 활용하면 감정에 대한 반응만큼은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1.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 감정의 트리거(trigger)

2.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 감정의 경로(감정을 얼마나 오래, 어느 정도로 강하게 경험할지)


부정적인 생각이나 불쾌한 신체 감각이 우리의 인식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우리 앞에는 선택의 기회가 연달아 찾아오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트리거 뒤에 나타나는 감정의 ‘경로(trajectory)’이다. 그 감정을 더 파고들지, 마음속에서 분리할지, 더 키울지 선택할 기회가 눈앞에 쌓여간다. 우리가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은 결과는 감정을 고조시키거나 가라앉히고, 그 결과가 다시 감정에 작용하며 영향을 미친다.


우리에게 감정이 생겨나는 것은 통제할 수 없지만, 인지적 통제를 통해 자신이 경험하는 생각과 느낌, 그리고 그로 인한 감정이 어떻게 맞부딪칠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저자가 소개하는 것은 우리가 감정 경로에 개입해서 그 흐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섯 가지 구체적인 전략들입니다. 읽은 심리서 중에서도 드물게 이 책은 끝까지 버릴 내용이 없었습니다. 정말 실용적이고 공감이 되는 내용들이라 읽는 도중 제 스스로에게 바로 적용해 볼 수 있을 정도였어요.


예를 들면, 새로운 직장에 출근할 때, 긴장감과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서 네 번째 도구인 공간전환을 사용해 보기로 했답니다. 제가 사랑하는 강아지 사진을 가져가서 모니터 옆에 세워두고 어색하고 막막할 때마다 강아지의 눈망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렇게 해보니 낯선 공간에서의 두려움은 잦아들고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세 번째 도구인 관점전환 중, 시간 여행법을 이용해서 이미 이 분위기와 업무에 적응했을 두 달 후의 저를 상상해 보았어요. '지금 이 어색함도 그때쯤이면 어차피 사라질 감정'이라는 걸 자각하니 조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이렇게 실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방법들을 배우고 나니 저는 한결 제 감정을 편안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럴 땐 이렇게 해볼까? 하는 식으로 미리 대비도 한 번 마음속으로 해보고요.


저는 감정기복이 꽤 있는 편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감정이라는 것에 항상 두려움과 조바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것에 휘둘리는 제 자신을 탓하기도 했지요. 이제는 배운 것들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고,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작은 성취감과 행복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 과정 또한 조금씩 쌓아가다 보면 미래에 더 나은 제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요.


마지막으로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을 하나 더 소개하면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태도는 선택할 수 있다
필터(관점)를 바꿔 끼는 일이 우리가 느끼는 고통을 부인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고통이 삶이라는 더 긴 이야기의 일부로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탐구하며,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에 대해 어느 정도 주도성을 갖는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



혹시 저처럼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힘들어했던 분들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여러분도 가끔은 격렬한 감정이 고통으로 다가올지라도,

그것을 조금씩 조금씩 다뤄내는 것에서 기쁨과 주도성을 찾고, 용기를 얻어 나가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바라봅니다! 저도 그러기 위해 노력할 테니까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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