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실천하게 만드는 필사집「철학이 삶의 언어가 될 때」
가만히 반려식물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면 신기하게도 그들이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녀석들이 마치 제게 자기가 필요한걸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거든요. 그리고 이 친구들도 다 각자 계획이 있어요. 영원히 움직이지 않을 것처럼 가만히 서서 때를 기다렸다가, 알맞은 환경이 갖춰지면 이때다 하고 새 잎을 피워내요. 또 오래된 잎은 미련 없이 정리하기도 하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녀석들이 아무 근심 없이 편하고 안정적으로 쑥쑥 자랄 수 있을지, 내가 어떤 것들을 도울 수 있을지 골똘히 고민하게 됩니다.
그러다 문득 아주 흐뭇하게 초록잎을 바라보는 저를 발견하곤 합니다. 그럴때면 이 작은 식물들이 괜스레 부러워지기도 해요. 누군가 나를 이렇게 사랑하고 걱정하는 마음으로 봐준다면 어떤 기분일까? 아니, 내가 내 스스로를 이렇게 충만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가꾼다면 그게 얼마나 행복하고 따뜻한 삶일까? 그런 생각들을 하게 되거든요. 식물에게는 이렇듯 조건 없는 온정을 쏟지만 스스로에게는 쉽게 그러지 못하는 수많은 우리들 중 한 명이 바로 저니까요. 반려식물을 키우는 일에서 이런 마음을 발견할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식물 키우기는 생각보다 아주 세심을 기해야 하는 일입니다. 물만 준다고 알아서 자라는 게 아니니까요. 밥만 잘 먹는다고 우리가 제대로 자랄 수는 없는 것처럼 말이에요. 아이들이 잘 자리기 위해서는 좋은 교육과 환경도 중요하듯 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흙의 습도, 공기의 온도, 햇볕의 세기 등등. 무엇이라도 한가지 잘못되면 금세 잎으로 불편함이 드러나요. 모습도 습성도 아주 많이 다르지만 본질은 우리와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사실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니에요. 살아가는 환경이 식물의 생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우리에게도 환경이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몇 개월간 백수로 온전히 저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새삼 깨닫게 된 건, 제가 하루에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는 거였어요. 전에는 하루를 돌아보면 많은 일을 했다고는 생각이 들지 않았거든요. 쉬는 동안 이렇게 하루를 보내보고, 저렇게도 하루를 보내보고, 또 그렇게 몇 개월이 흘러가니 자연스레 저에게 남다른 독특한 특징과 패턴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여태껏 회사라는 정해진 틀 안에서 일하면서 왜 그리도 힘들었는지 알게 된 거죠. 그 틀에서 벗어나고 얼마 후엔 어느새 내게 삶이란 '버티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고 있었으니까요.
식물에게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풍성한 잎이 자라날 수 있는 것처럼, 저도 마찬가지였던 거에요. '나만의 환경'에 놓였을 때의 저는 생각이 한결 깊어지고 마음이 차분해지고, 무엇보다 내면의 동기부여로써 주도적으로 움직이면서 생산성을 발휘하는 시간이 훨씬 길어졌거든요. 드디어 자기주도성이 없는 삶, 남들과 비교하는 삶 속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방황했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어요.
"나에게는 내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최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그리고 내 존재가 풍성하게 성장할 수 있는 나만의 환경을 만들어 줄 의무가 있다. 그 모습이 남들과는 조금 다를지라도."
올해의 백수생활은 제가 이런 저만의 작은 삶의 기준과 철학을 세울 수 있는 아주 좋은 경험이었지요.
이제는 '나만의 환경'에 어떤 것들이 갖추어져 있으면 좋은지, 그리고 나에게 무수한 잎을 피워줄 활동들은 무엇이 있는지 더 세밀하게 실험하면서 제 자신을 탐색 중입니다. 이미 찾아낸 것들로는 차근차근 삶을 채워가려 노력하고 있고요.
제가 찾아낸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바로 필사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가만히 앉아서 좋은 문구들을 한 자 한 자 적어나가다 보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또 오늘과 내일을 살아갈 희망이 샘솟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리고 요즘 열심히 필사하고 있는 책이 김종원 작가님의 필사집「철학이 삶의 언어가 될 때」입니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생각을 확장하고, 실천할 용기를 주는 좋은 말들이 참 많이 담겨있는데, 아직은 철학이 어려운 저에게 자연스레 세 거장들의 생각이 스며들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그들의 이야기가 지친 제게 커다란 위로가 되기도 하고요.
저는 꿈을 위해 한 걸음씩 걸어 나가는 삶의 작은 실천으로 매일 아침 필사를 합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피어나고, 내가 가려는 길에 확신을 얻고, 헝클어진 마음을 차분히 정돈하고.
참 기분 좋은 변화가 아닐 수 없어요.
남들과는 조금 다르더라도 나만을 위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싶다는, 어쩌면 꿈이라기엔 너무도 당연한 것.
하지만 그것을 이뤄내기에 현실의 벽은 높습니다. 끝내 넘어설 수 없을지라도, 제가 실천하는 일상의 노력들은 사라지지 않고 내 삶을 한 칸씩 원하는 방향으로 옮겨 주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여러분은 자신에게 맞는 환경에서의 삶을 위해 움직이고 계신가요? 혹시 다른 누군가 만든 환경에서 버텨내느라 소중한 잎을 하나하나 떨궈내고 있지는 않은가요?
글을 마치며 당장 놓인 현실에서 벗어나라 수는 없을지라도, 조금씩 걸어나가면서 우리 모두가 각자에게 맞는 삶의 방식을 찾고, 마음 한가득 풍성한 잎을 피워낼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