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덮으며, 작가가 내게 던진 숙제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을 읽고.

by 윤숲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을 읽고.




맨 마지막 작가의 말까지 다 읽고 나서 책을 덮었다.

읽고 싶은 책이 옆에 쌓여있는데 그 어떤 것도 지금은 머릿속에 집어넣지 않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알 수 없는 감정을 조금 더 간직하고 싶기도 했다. 왜 이런 감정이 드는건지, 작가가 심어놓은 의미.그것들을 내가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단서만이 머릿속에 남아서 간질거리는 이 상태로 작품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


작품을 읽고 남은 감정이 내겐 참 복잡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한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생각과 감정을 만들어버리는 문장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글을 읽는 게 아니라, 글이 내게 스며드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정확히 어떤 문구가 좋았는지 캐내려고 해도 그게 잘되지 않았다. 어딘가 한 문장이 특출 난 부분도 있었지만, 대개는 한 문장, 그다음 문장, 그리고 그다음 문장으로 이어지면서 나도 모르게 감동이 일고 감정이 사무쳤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 보더라도 세심한 문장전개가 매 장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소설 속의 현실이 얼마나 디테일했던지 나는 이 이야기가 끝이 났다는 사실에 허전함마저 느끼고 있었다. 이 사람은 어떻게 인물의 생각을 이렇게나 현실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상상했으며, 그것을 대체 어떻게 하면 제 3자가 보기에도 이토록 흥미롭게 풀어내는 걸까. 허구의 인물이 생동감 넘친다는 게 바로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양귀자 선생님이 얼마나 인물을 치밀하게 생각하고 인간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는 사람인지 나는 소설 한 권을 통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작가지망생으로서 작은 것 하나, 누군가의 표정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관찰한 다음, 그 내용을 생각으로, 생각을 말로, 말을 글로 풀어내야 한다는 숙제를 받은 기분이었다.

작품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은 잡으려 하면 흩어지고, 묶으려 하면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아마 아직 글을 읽고 문장의 의미를 깊게 해석하지 못하는 나의 부족함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첫 번째 읽기는 재밌어서 정신없이 읽은 것으로 만족하고, 분명히 두 번째로 읽는 시간을 꼭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덮으면서 마음이 참 먹먹했다.

이 이야기는 내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꼈던 세 인물을 모두 앗아갔다. 진진의 아버지, 김장우, 이모. 그렇게 매력적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놓고 너무한 것 아닌가. 그것도 가장 각 인물의 매력적인 부분만 쏙쏙 망가뜨려버렸다. 아버지의 섬세한 자아를, 김장우의 감성적인 사랑을, 이모에게서는 밝은 성격과 평온했던 삶 그 자체를. 마지막 선택은 자신에게 되풀이될 어머니의 삶보다는 이모의 삶(평온한 비극이었지만)을 선택해 보겠다는 뜻으로 읽혔는데, 그게 참 슬프면서도 공감이 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작품은 내 인생작이 되었다.

나는 이 여운을 차분히 간직하고 싶다. 그리고 내면을 들여다보고, 세상을 관찰할 동력으로 삼아 보고 싶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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