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사랑에 빠지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겠는가
20대의 나는 참 옷을 못 입었다. 오죽하면 그 당시 남자친구가 없는 용돈을 쪼개가며 고터에서 옷을 사줄 정도로 옷에 대한 모든 것들이 무지했었다. 한 때 유행하던 싸이월드에는 당시 유행하던 모든 스타일이 다 담겨있었고 그중에 옷에 대한 소화력이 남다른 사람들은 지금으로 말하면 패피로 통하며 많은 사람들의 스크랩 북에 기록되었다. 20대엔 왜 그렇게 유행에 민감했던 지, 빅뱅이 신고 나왔던 둔탁한 운동화를 남자들은 폼 나게 신고 다녔고 소녀시대가 유행하던 그 시절엔 사정없이 옥죄는 스키니진을 입고 여자들은 활보하였다.
내가 어떤 체형인지. 내가 어떤 퍼스널 컬러인지. 이 옷은 어떤 재질로 만들어졌는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유행이라는 팻말에 덥석 구매한 고터에서 산 이만 원짜리 원피스는 한번 입으면 후줄근해졌지만 그저 남들이 예쁘다면 남들이 요즘 입는다면 덥석 구매한 싸구려 옷들이 내 옷장을 가득 채웠었다. 싸게 샀으니 버리면 그만이지 뭘. 쉽게 맺은 인연은 헤어지기도 쉬운 법이었다.
그렇게 그 당시엔 나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저 남들이 좋으면 좋지 않은가? 했었다.
옷도 신발도 머리도 화장법도 심지어 모든 인간 관계도.
나에 대한 기호를 알아볼 필요는 없었다. 모두가 다 똑같이 하니까.
남들에게 맞춘 기호들은 금방 티가 나는 법이었다. 유행한다던 패션은 나의 체형에는 맞지 않아 너무 촌스러웠다. 스모키 화장이 유행한다지만 내 눈에는 누구한테 한 대 맞은 것만 같았다.
새벽부터 수강신청 해가며 누구에게나 인기 있는 훌륭한 교수님의 수업을 수강하였지만 나에게는 유익하지 않았다. 대학교 때는 어울려 다니는 게 추억이라며 맨날 친구들이랑 어울려 다니며 나의 모든 시간을 함께 했지만 그 친구들이랑 지금은 어색하다.
나의 20대는 그렇게 쫓아가기 바빴고 따라가기 바빴다.
고리타분한 워딩일지 몰라도 난 지금의 내가 참 좋다.
30대의 내가 참 좋다. 지금의 나는 나의 체형을 잘 안다. 나의 피부도 알고 머릿결도 알고
어떤 옷의 재질이, 어떤 옷의 컬러가 나에게 어울리는지 살펴볼 줄 알며
나의 피부를 위해 기꺼이 나와 오래 함께 할 좋은 재질의 옷을 산다.
나는 참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나 누군가와 깊게 모든 것을 함께 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한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만 완전히 나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이젠 사람에 연연하지 않는다.
나의 시간을 기꺼이, 그리고 전혀 거슬리지 않게 할애하고 싶은 사람과 시간을 함께 보낸다.
나이가 든다는 건 나를 잘 알아간다는 것 같다.
물론 앞으로 알아갈 내가 더 많다는 걸 나는 잘 안다.
내 안의 수많은 데이터 중 30대인 내가 알아차릴 만한 데이터를 이제 조금 얻었을 뿐이다.
20대의 청춘이 그리울 때도 있다. 너무 예쁘고 찬란했던 나라는 것도 안다.
그러나 나는 기대한다.
청춘의 찬란함과 견주어 비교도 안될 만큼 무르익어갈 나의 성숙함이
내 자신을 더욱더 사랑하게 만들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