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난다는 건.

# 30대가 되어서야 보이는 것들..

by LULulife

요 근래 '폭싹 속았수다'를 보면서 나는 울고 웃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애순이가 아니었고 나는 금명이도 아니었다. 우리 집은 애순이의 집안과도 금명이의 집안과도 공통분모가 없는 집이었다.

우리 부모님은 관식이와 애순이처럼 한없이 서로를 위해주는 드라마 같은 잉꼬부부가 아니었다.

어느 날은 돈 때문에 싸우셨고 어느 날은 아빠가 한없이 효자여서 싸우셨고 어느 날은 이유 없이 싸우셨다.


어렸을 땐 우리 집이 불행한 집이 아닌가 생각도 했다.

다른 집은 안 싸우는데 우리 부모님은 왜 이렇게 싸우며 사는 건가 싶었다.

아이러니한 건 그렇게 싸우면서도 모든 걸 함께한다는 게 참 신기했다.

엄마랑 아빠는 참 지겹도록 싸우시면서도 죽이 잘 맞았고 니 아빠 만난 게 제일 큰 실수라던 우리 엄마는

한없이 아빠에게 의지하며 살고 있다.


커서 보니 그렇게 싸우면서도 각방은 절대 쓰지 않고 주말마다 같이 여행을 가는

우리 엄마 아빠는 잉꼬부부였다.


문득 언젠가 본 짧은 영상의 내용에서 남끼리는 절대 싸우지 않는다고 했다. 남과 남이 만나면

서로를 탐색하고 낯설어하며 최대한 품위를 지킨다고. 그래서 타인에게 내 속마음을 드러내기는 참 어려운 거라고. 그러나 부부는 다르다고 했다. 최대한 품위를 유지하고 지속적인 사랑을 보이며 노력해야 하는 관계는 연인에서 한정되는 것이고 부부는 가족의 결함체가 되는 것이다. 내 가족이라고 느끼면 뇌에서는 배우자를 나의 피와 살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나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내가 원하는 대로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대로만 하려고 하다 보면 싸움이 생기고 극단적으로는 이혼까지 하게 된다.


20대의 우리는 헤어지고 만나는 문제가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다. 친구들과 만나면 늘 누구랑 헤어지고 만나고 심지어는 언제 만났는지 언제 헤어졌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말 그대로 20대의 연애 상대는 언젠가는 바뀔지도 모르는 핸드폰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30대의 연애는 달랐다. 누군가와 만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결혼을 전제로 하는 연애는 헤어지는 것도 후폭풍이 컸다. 또한 헤어짐의 양상도 다양해졌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다 헤어지거나 파혼을 하거나 심지어 이혼을 하거나.


왜 저렇게 서로 이해를 못 해? 그냥 참으면 되지? 우리 부모님을 보며 생각했던 그 사소한 것들이 사소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이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싸우고 나서 아무 일 없는 듯이 가족 여행을 가는 부모님이 어렸을 땐 참 이해가 안 갔지만 이제 와서 보니 싸우고 화해하는 방식이 잘 맞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란 걸 이제야 알았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한 집에서 한 이불을 덮고 생활하는 건 우스갯소리로 수도승이 도를 닦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물론 성향이 너무 잘 맞는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서 산다는 건 마치 게임을 시작할 때 미리 게임을 이길 수 있는 치트키를 안 채로 게임을 시작하는 느낌이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게임에 참전하는 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시도를 수없이 해야 한다.


우리 부모님이 별 거 아닌 똑같은 문제로 몇 십 년을 반복해서 싸우는 건 아직 그 스테이지를 못 깼기 때문이다. 수없이 싸워 포기하고 넘어간다는 건 이제 그 스테이지는 수없이 연습해서 레벨 업을 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의 연인 혹은 배우자가 관식이나 애순이 같은 사람이 아닐 때,

우리의 선택은 두 가지가 될 수 있다. 너무 어려운 이 게임을 포기하거나 아님 계속 시도하거나.

포기를 택하면 정신 건강에는 이롭다.

그러나 시도를 택한다면 언젠가는 이 게임이 쉬워진다는 것을 그리고 레벨 업 한다는 것을 기억하면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타이밍의 오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