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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키키 Nov 18. 2023

솔이~

2019년에 쓴 글

 솔이는 지금 키우는 고양이다. 2년전 2017년 12월경에 유기묘로 입양한 솔이. 우리집에는 솔이 말고 고양이가 한 마리 더 있다. 2014년 10월, 놀이터 옆 구덩이에 빠져서 울고 있는 새끼고양이를 둘째가 아무 생각 없이 집으로 데려 온, 퇴근하고 들어온 나를 놀라게 만든 양양이. 이렇게 두 마리다. 사실 솔이는 양양이가 혼자라서 넘 심심해 하는 것 같고, 우연히 고양이도 치매가 온다는 뉴스를 보고 사이좋게 지낼 친구를 만들어 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입양을 하게 된 고양이다. 오누이처럼 오순도순 지낼 고양이들을 기대하며 키우게 되었지만 그건 순전히 우리들만의 바램이었다. 항상 만나면 데면데면, 소 닭보듯 무심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싸우지 않아서 다행인가~ 특히 세상 모든 것을 귀찮아하는 양양이는 같이 놀고 싶어하는 적극적인 솔이를 무지 귀찮아하고, 도망다니기 바쁘다 . 둘째만을 좋아해서 역시 처음 만난 사람을 숭배해야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인지, 둘째만 졸졸 따라다니며 둘째 방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 둘째가 집에 오면 그때서야 방에서 나와 우리들에게 얼굴을 비쳐주고 둘째 반경 1m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호위무사, 안좋게 보면 스토커..ㅋ 솔이는 양양이랑은 정반대이다.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고 다 만져보고 건드리고 관심을 보인다. 특유의 친화력으로 사람들을 잘 따르고 특히 풍성한 털을 보고 있음 빠져들 수 밖에 참으로 성격 밝은 개냥이다. 나또한 솔이에게 더 정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오래전에 내가 정을 주며 키운 고양이가 있었다. 어렸을적부터 난 이상하게 고양이들이 예뻤고 짠하고 맘이 갔다. 우리 식구들은 고양이보다는 개를 더 귀여워했는데 난 유난히 고양이가 더 사랑스럽고 좋았다. 쥐띠인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가족들은 놀려댔지만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수 없는 노릇, 그때가 초등학교 6학년, 우리때는 국민 학교 였는데~

이름도 붙여주지 못했던 그냥 노란 고양이, 쥐를 잡으라는 특명을 안고 키운 고양이였다. 난 고양이가 귀여워 밥도 챙겨주고 놀아주고 가끔 사고를 치면 치우기도 하고 나랑은 뭔가가 통하는 것 같아 많이 예뻐해 줬고 또 그 고양이도 나를 많이 따랐다. 아버지가 쥐를 잡아야 한다고 억지로 잠실(창고)에 가두면 밤새도록 야옹거리는 소리에 잠을 못자고 몰래 풀어줘서 그 담날에 엄청 혼났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러던 어느 날밤에 그날은 무척 추웠던 것 같다. 고양이가 방으로 들어오고 싶다고 울어대며 밖에서 방문을 긁어댔다. 잠깐 들여 놓았다가 방에서 재우면 엄마한테 혼날까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고양이를 밖으로 밀어냈다. 그 날 고양이 우는 소리는 유난히 애처로왔다. 다음날 아침, 이상한 소리가 밖에서 들렸다. 고양이가 쥐약을 먹었다는 것이다. 때늦은 후회가 밀려왔다. 그냥 방에다가 재울걸.. 어디서 쥐약을 먹었는지 고양이는 제대로 서지 못하고 누워있었다. 난 너무 불쌍한 마음에 고양이를 목도리로 감싸안아 가장 따뜻한 아랫목에 누이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눈을 깜박하며 나랑 눈도 마주치고, 금방이라도 일어날거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고양이가 코를 고는 것이 아닌가. 졸려서 코를 고는구나 난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고 학교에 갔다. 나중에야 고양이의 코고는 소리는 고양이들의 마지막 숨 넘어가는 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 그때 고양이는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을까.. 난 그것도 모르고 고양이한테 잘있어~학교 갔다 금방 올게 밝게 인사까지 하고가버렸으니...학교에서도 내내 걱정이 되었다. 분명히 살아 났을 거야~코고는 소리까지 냈는데..한달음에 집으로 오자마자 할머니한테 물었다. 할머니, 고양이 살아 났지? 할머니는 대수롭지 않게 무심히 말씀하셨다. 죽었다고...

난 다급하게 고양이를 찾았다. 정말 마당위 작은 봉당 맨 구석에 고양이가 사지를 쭉~뻗은 채 아무렇게나 누워있었다. 아~나의 친구, 나의 사랑스런 고양이가 마당끝 귀퉁이에 버려진 채 거기있었다. 아니 거기...어제까지도 날 반기고 날 따랐던 고양이가 하루사이에 뻣뻣하게 굳어 진 이미 내 고양이가 아닌, 딱딱한 나무토막이 되어 버린 나의 고양이.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엉엉 우는 소리에 엄마가 놀라 방에서 나오셨다. 뭘 그렇게 대성통곡까지 하는지 당췌 이해안된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시는 엄마와 할머니, 그러나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뒷곁에 가서 한참을 더 울다가 퍼특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직접 묻어줘야겠다고 그게 내가 고양이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마지막 할 일이었다. 한손에 삽과 다른 한손에는 뻗뻗하게 굳어버린 고양이를 안고 뒷산으로 올라 갔다.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구덩이를 파서 가랑잎을 깔고 고양이를 누이고 다시 가랑잎으로 덮고 흙을 덮어 주었다. 고양이 무덤표시로 작은 소나무를 옮겨 심고 절을 두 번 하고 내려왔다. 그렇게 나의 고양이를 보내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맘이 아프고 눈물이 난다. 그 후 엄마는 내가 걱정이 되었던지 다른 고양이를 데리고 와 키웠지만 그 고양이만큼 맘이 가는 고양이를 만나지는 못했다.     

솔이는 그 고양이 이후로 가장 정이 가는 고양이다. 왠지 운명처럼 다가온 솔이, 까다로운 입양절차를 거치고 마침내 우리 집으로 온 솔이는 다행히 사람을 잘 따라서 우리에게 말로다 표현할수없는 따뜻함과 평화로움, 위안을 주고 있다. 남편은 솔이 바라보는 눈으로 가족들을 보라구 핀잔을 주지만 그게 어디 내 맘대로 되는 일인가~내가 속상한 일이 있거나 표정이 안좋으면 어느새 내 곁으로 와 궁둥이를 바짝 더 붙이는 솔이, 어찌 사랑할 수 없겠는가~     

누군가 고양이는 무섭고 도도하고 정이 안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있다. 고양이는 겁많고 여린 사람만큼 두려움을 달고 사는 우리가 보호해야할 약한 동물이다. 거기다가 길양이들은 당장 먹을 물과 양식을 구하러다녀야 하는 고독한 이들이다. 아무 이유없이 고양이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고양이를 키우다 보면 곳곳에 보이는 털은 일상이 되고, 소파나 의자는 손톱자국으로 거의 남아나지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고 이것저것을 요구하고 그때마다 집사는 청소하고 밥을 주고 충실히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왜 키우냐고 묻는다면 한마디로 고양이는 우주다. 우주처럼 황홀하고 신비롭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매력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솔이야, 양양아, 오래오래 함께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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