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 마냥 묵혀둔 빨래를 세탁기 앞에 붓는다. 동시에 엄마가 자리를 박차고 다가온다. 그럴 줄 알았다. 어김없이 나의 뒤집어 벗은 양말은 발각된다.
"양말 좀 뒤집어 놓지 마라니깐"
"아니 근데 도대체 왜?..."
난 엄마에게 반항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난 엄마가 엘리베이터 없는 육층에 생수 배달시키지 말래서 수돗물을 먹는 아들이다. 난 나의 논리를 편다.
"아니 엄마 근데 난 이해가 도저히 안 되는데... 뒤집어 벗으면 뭐가 달라?"
"뒤집어 놓으면 다시 뒤집어야 되잖아"
난 대꾸한다. 그럼 다시 신을 때 어차피 다시 뒤집어 놓아야 되지 않냐고. 조삼모사 아니냐고 말이다.
"아니 그럼 겉에 때가 잘 안 진다니깐"
난 더 이상 대꾸하지 않는다. 속으로 생각한다. 그럼 겉은 깨끗하고 속은 더러워도 되는가. 오히려 겉이 더러워도 내 발가락이 닿는 속이 깨끗해야 되는 게 아닌가.
난 엄마의 말에, 아빠에 말에 토를 달 생각이 하등 없는 아들이다. 근데 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난 지금도 '한국 수돗물 품질'을 검색하며 수돗물을 들이켜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