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괜찮다는 건 성찰의 가능성을 발견한다는 것

25년 7월 첫째 주

by 박놀

부끄럽지만, 저는 실패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요. 경험이 부족하니 쉽게 무너졌고요. 지금까지도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있어요.

올해만 3~5번의 실패를 경험했지만, 앞서 실패해 본 적이 너무 없었기 때문에 여전히 경험은 부족하고, 모자란 경향이 있어요.

경험. 그건 대체 얼마나 쌓여야 하는 걸까요?

일단 그래도 3~5번의 실패조차 하지 않았을 때 비하면 성장한 부분도 있긴 있어요. 눈물을 흘리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것? 처음엔 오열했는데 지금은 그냥 베개 조금 적시고 말더라고요.

그건 실패해도 인생은 생각보다 잘 흘러갈 수 있다는 걸 배운 덕분인 것 같아요.

저는 실패하면 인생이 다 끝날 줄 알았어요. 실패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증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 실패는 경험이 돼요. 이게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 24년 4월 27일 일기에서 -


안 좋은 소식은 정말 전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가 없네요... 최종 발표에서 떨어졌어요. 괜찮은지 잘 모르겠어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눈물은 나오지 않아요. 허탈한 것 같아요. 실패가 성장의 기회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라고 해도 사실... 그게 될 리가 없잖아요.


살아감에 대한 두려움, 그 감정이 오랜만에 찾아왔어요. 자해, 자살을 하고 싶은 건지, 해야 한다고 느끼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하고 싶다, 해야 한다... 이 둘의 경계선도 분명하지 않네요.

걱정은 너무 하지 말아 주세요. 하지 않아요. 할 수가 없죠. 그냥 매번 실패를 안겨주는 사회에게 화가 나서 조금 심술을 부려봤어요...


- 24년 9월 30일 일기에서 -


나는 확실히 잘 일어서는 사람인가 봐! 설령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죽이려고 하기도 하고 주변을 슬프게 한 적도 있지만 또 그 시간이 길게는 4-5년 정도 걸렸지만 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인 삶을 포기하려는 나를 죽이지 않고 안아줬으니까!


나는 그분들에게 너무 자기주장이 강해서 도리어 실패라는 상처를 받게 할 것만 같은 "미안한 혹은 걱정되는 지원자"였지만, 그건 확실히 그들이 잘못 본 것 같아! 자기주장이 자기 신념이라면 나는 그것이 강한 게 맞지만 강조를 할지언정 강요는 하지 않으니까! 물론 강조가 강요가 될 때도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나는 내가 둘을 구분하고 경계를 흩어놓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사람이라고 믿어!


- 25년 6월 30일 연락 중에서 -




꿈을 꿨습니다. 또 한 번의 지원 결과를 기다리던 중 깜빡 잠이 들었는데, 그뿐이었는데.... 저는 결국 악몽이 우려했듯이 또 한 번 불합격 통보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어쩌면 학생회 직속 후배였던 친구의 죽음에 대해 "주변 사람이 하늘나라로 떠난다면 어떨 것 같아?"라는 질문을 들었을 때부터 어느 정도 그 의도를 예감했던 것처럼 이번 결과 역시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에 들었던 피드백처럼 저는 "소위 자기주장이 너무 강한" 아이였고, 결국 그분들에게 저는 열심히 준비해 준 만큼 막상 와서 잘 맞지 않으면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는 "너무 미안한" 지원자였으니까요.


그러나 솔직히 외면했습니다.

이미 그 말만으로도 면접 내내 계속 나름대로 전하려고 했던 열린 가능성을 아무리 표현해도 그것을 상대방은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지만,

소위 초라한 결과만 반복하고 있는 이 순간이 또 한 번 반복되는 건 조금 많이 괴로울 것 같아서

저는 결국 또다시 회피하고 말았습니다.


심지어 이번에는 제가 나름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로써 그리고 생존하고 있다는 방법으로써 고수하고 있었던 "진정한" 방식도 아니었습니다. 진정한 회피는 내 미룸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데 저는 제가 회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으니까요.



결과를 받고, 솔직히 눈물이 안 나오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또다시 저는 '지겹게' 오열했습니다.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저는 여전히 여리고 약한 울보였나 봅니다. 물론 이번에는 거친 호흡만 반복하며 최대한 소리 없이 그리고 그 소리마저 저 자신으로부터 감추기 위해 튼 노래 한곡도 다 끝나지 않은, 정말 5분도 채 되지 않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그것을 반복했지만, 이 탈력감은 솔직히 지긋지긋할 만큼 매번 익숙해지지 않더군요.


왜 저는 떨어진 걸까요.

감히 제가 뭔가를 함부로 판단할 그릇은 안 되겠지만, 말을 못 하진 않은 것 같은데 말이죠....


결국 또 성공을 위해서는 나만의 정체성을 강조하면서도 그 성공을 위한 과정에서는 적당히 주변에 녹아들 수 있을 만큼만의 주장력을 바라는 사회의 모순 때문일까요.

그런데 그런 모순이 애초에 존재하긴 하는 걸까요. 그냥 초라한 저를 받아들이기 싫어서 억지를 부리고, 헛것을 보고 있는 건 아닐까요.

그래도 적당한 만큼만 신념이 있었던 것 같을 때는 더 높은 경쟁률도 뚫었다고 생각하는데 성장도 하고 신념도 더 확실해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지금은 실패만 반복하고 있으니까 제 판단이 조금은 맞지 않을까요.


그냥 적당히 이쯤 하고 그냥 적당해 보이고, 평범해 보이는 사람으로 연기하면 좋을 텐데....

저는 또다시 "나는 고집도 많고, '진정한' 사람이니까"라고 말하며 똑같은 방식으로 일어서 버립니다.

그 가까운 끝은 똑같은 실패일 텐데 말이죠.


사실 저는 한때 제가 실패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의 증거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그리고 실패는 경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정확히는 이번에 글을 쓰며 다시 그것을 무의식 밖으로 끄집어내기 전까지 기억을 못 했습니다.


설령 기억을 못 했을지언정 그때의 제가 그랬던 것처럼 실패는 분명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그러나 그때의 제가 또 인정했던 것처럼 그게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잘 모른다는 것. 그 점이 오늘 또 한 번 지겨운 실패를 통보받은 제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겠죠.


자해나 자살 충동을 이젠 거의 느끼지 않습니다. 다만 매번 실패를 안겨주는 사회에게 심술을 부리고 싶다는 그때의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여전히 전혀 비참하지 않다면 거짓말입니다. 실제로도 저는 이제 더 이상 며칠 전처럼 또 한 번 더 다가올 실패를 예감하며 함께 참여했던 지원자분들께 형식적인 인사만 드리고 돌아서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또다시 별다른 의미가 담겨있지는 않다고 말하지만, 적어도 다른 지원자분의 의도는 면접관분이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다가온다면, 그것을 넘어가지 않고 다시 진실에 좀 더 가까워 보이는 길을 제안할 겁니다.


변하지 않는 과정,

변하지 않는 결과,

그럼에도 또다시 변하지 않는 과정까지....


그것이 막막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는 앞으로도 '큰' 변화를 억지로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일단 은 사람들로부터 용기를 받았습니다.


타칭 자살시도자라는 너무 '큰' 아픔이 있지만, 그것을 역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고 또 이미 이용하고 있으니 괜찮을 거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에는 때로는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운'이 작용하니 겁을 먹지 말자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게다가 저는 이제 실패 속에서도 성찰의 가능성을 종종 발견하고 있습니다.


실패를 통보받은 당일, 저는 5분 정도 오열했지만 또 위에서 쓴 것처럼 괜찮다며 진심으로 주변에게 다시 연락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실패에 괜찮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느낌일까 고민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결론은 바로 이것인 것 같습니다.


실패해도 괜찮다는 건 성찰의 가능성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나의 인생을 포기해야 할 만큼의 실패는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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