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WOODZ 5th Mini Album [OO-LI]
단편화되고 있는 나의 날들에
때때로 '우리'라는 단어를 애정의 척도로 여긴다.
우리 가족, 우리 친구, 우리 팀, 우리 애
나의 바운더리 속에 들어온 사람 그리고 사랑
그래서인지 누군가 나를 우리 속에 포함시켰을 때
한시름 마음을 놓곤 했다.
그게 뭐라고
기쁘다, 행복하다, 감동이다 이런 감정이 아닌 묘한 소속감에서 비롯된 안심이 피어오를 때 나는 그에게 이미 머리끝까지 잠겨버렸다는 것을 깨닫곤 한다.
나는 늘 그랬다.
WOODZ의 5번째 미니앨범 [OO-LI] 프로젝트다. 지난 2월 선공개곡 <심연(ABYSS)>를 발매했고 이 곡을 포함한 7개의 트랙이 수록된 조승연의 모습을 순수히 담아낸 앨범이다.
솔직하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좋은 음악, 좋은 앨범, 취향을 완전히 저격해 버린 그의 외모, 20년을 넘게 살면서 들을 수 없었던 나긋하고 부드러운 서울 말씨를 가진 남자 같은 요소도 있지만 좋아한다는 감정을 인정할 수 있게 만든 건 그의 자신감과 자존감에서 나오는 솔직함 때문이었다.
대중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얼마나 많은 용기와 에너지를 요하는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때로는 그 시선과 말이 두렵기도 했고 나의 손길이 닿은 프로젝트와 콘텐츠가 끔찍이도 소중한 '우리'가 되기도 한다.
전곡 작사 작곡은 물론이고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한 WOODZ에게 세상에 내놓은 앨범들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어떤 노력과 애정을 쏟아부었을지 감히 예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그의 행보에 'OO-LI'라는 이름이 붙은 이 앨범이 나는 오래도록 궁금했고, 오래도록 곱씹었다.
01. Deep Deep Sleep
02. Journey
03. Drowning
04. Busted
05. Who Knows
06. Ready to Fight
07. 심연(ABYSS)
트랙리스트를 결정하는 그의 의견이 궁금했다.
WOODZ가 뛰어난 아티스트라 평가받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뛰어난 장르 다양성 때문일 것이다. 작년인 2022년 발매한 [COLORFUL TRAUMA]의 1번 트랙 <Dirt on my leather>는 꽉 찬 사운드가 매력적인 락 장르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면 이 곡의 구성은 꽤나 미니멀하다. 피치를 조절한 WOODZ의 목소리로 시작해 신비로움을 자아냈고, 사운드를 채워갈수록 느긋하면서도 여유로움을 가진 R&B곡으로 유려하게 흘러간다.
실제로 WOODZ의 앨범은 트랙리스트의 순서대로 들을 때만 찾을 수 있는 요소들이 또 다른 재미로 작용하곤 한다. 꿈속을 유영하듯 깊은 잠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다는 이 트랙이 왜 1번으로 배치되었는지, 묘하고 또 오묘한 이 트랙이 7개의 곡 중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했다.
그러나 그 정답은 늘 WOODZ의 앨범 전체를 반복하면 찾을 수 있다.
WOODZ의 타이틀곡 <Journey>이다. POP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밴드 사운드로 가득 찬 세션과 그의 목소리는 벅차오르는 감정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곡의 후반부에 콰이어 사운드로 매력적인 요소와 도전들을 가미했다.
무엇보다 이 트랙은 조승연을 마주할 수 있다.
조승연이 조승연에게 건네는 동행의 메시지이자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심연 속의 나를 마주하고, 잊었던 나를 발견하고 또 그 힘으로 다시 여정을 이어갈 수 있고.
어쩌면 나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필요한 Journey가 아닐까 싶다.
WOODZ의 프로모션 콘텐츠들을 좋아한다.
어딘가의 경계(굳이 적고 싶지 않다)에 있다고들 하지만 그 경계 속에서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두 가지 포지션 모두를 잡아낸 것은 실력에 근거한 자신감과, 사랑과 사람의 가치를 느낀 그의 시간 덕분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WOODZ의 라이브 클립 콘텐츠는 늘 재미있다. 그의 첫 솔로 EP인 [EQUAL]의 수록곡 <NOID>의 라이브 클립을 보았을 때, 그는 그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Drowning>은 슬프고 처절하다.
WOODZ의 곡은 3절에서야 진심을 전한다는 말이 있듯이 이 곡의 3절은 비참함의 폭발을 보여준다.
잠겨 죽어도 좋은 슬픔 속에 갇힌 마음을 베이스 사운드로 열었고 후반부에 더한 스트링 사운드는 그 감정을 가미시킨다.
무엇보다 좋은 악기는 WOODZ의 목소리이다.
<Drowning>의 진면가는 이 라이브 클립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WOODZ의 마음이 실린 목소리를 귀로 듣고, 간절한 두 눈을 마주쳤을 때 그제야 비참한 애원이 담긴 곡이 완성된다.
잠겨버릴걸 알면서도 나는 이미 깊은 WOODZ 속으로 뛰어들었다.
2022 피크 페스티벌에서 WOODZ의 무대를 잊지 못한다.
<방아쇠(Trigger)>, <Feel Like>, <Dirt on my leather>, <HIJACK>까지 강렬한 기타 리프가 돋보이는 곡은 언제나 그에게 참 잘 어울리는 옷이다.
거짓된 사랑을 알게 된 순간의 감정을 노래했고 그의 장점이자 무기인 랩 라인까지 야무지게 말아 넣었다. 후반부에 호통치듯 쏟아지는 그의 랩은 곡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킨다.
Busted Busted Busted
강렬한 파열음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힌다.
그의 발음만큼, 이 단어만큼
때론 누군가를 향한 믿음은 뒤틀려 부서지곤 한다.
그게 나일 때 가장 비참한 법이다.
2월 선공개곡 <심연(ABYSS)>의 뮤직 비디오와 같은 공간이다.
<심연>의 담담함과 차분함은 어디 가고
ROCKSTAR IS COMING BACK-⭐을 알리는 티저다.
붉게 물들인 성
도망치는 사람들
그런 그들을 향하는 여유로운 발걸음의 락스타
손에 든 기타 케이스
던져버린 장초
반전으로 가득 찼다.
그토록 고요하고 찬란하던 성은 비명소리와 도망치는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물들었고 순수하던 소년의 모습에서 담배꽁초 정도는 쿨하게 던져버리는 락커가 되었다.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완벽한 반전을 꾀하는 티저다.
유치하고 장난기가 가득하다.
욕심과 열정이 다글 댄다.
90년대 펑크 메탈 느낌이 가득한, 내가 그에게 기대한 하드락 그 자체다.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알빠야 니가 누군데?"
세상을 향한 삐딱한 비꼬움이 반갑다.
첫 공개된 [OO-LI] 앨범의 컨셉 티저 이미지에서 WOODZ는 베이직 수트와 금발의 가발을 매치해 파란 조명 앞에 섰다.
앨범 자켓 이미지를 유심히 보곤 한다. 청각 콘텐츠 그 자체인 음악을 듣는 이로 하여금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만드는 일종의 힌트이자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앨범 메인 커버에도 사용된 이 컨셉의 이름은 Free 자유다.
그렇다. [OO-LI]를 관통하는 첫 번째 가치는 자유다.
WOODZ는 여섯 번째 트랙 <Ready to Fight>에 다시 이 착장을 꺼내 들었다. 락커를 상징하는 하얀 백금발의 가발과 목 끝까지 단정히 채운 단추와 넥타이까지 상반된 두 존재를 가져와 진정한 락앤롤을 구현한다.
침을 뱉고, 욕을 하고 온갖 비속어들로 삐 처리 가득한 음악을 반항적 시선으로 노래한다.
미니멀하지만 신나는 리프에 심장을 두드리는 드럼 사운드. 그 위에 모든 반항의 메시지를 담았다.
클래식하지만 새롭고 클리쉐적이지만 짜릿하다.
어지러운 카메라 무빙과 끊임없는 조명의 깜박거림, 비웃음 가득 찬 표정과 걸음걸이까지 도전적인 미장센이 가득하다. 3번 트랙 <Drowning>의 라이브 클립과 비교해 보아도 극강의 대척점에 있다.
WOODZ는 가능하다. WOODZ니까 가능하다.
선공개곡 <심연(ABYSS)>이다.
트랙 타이틀 그대로 조승연의 심연을 담았다.
어쿠스틱 한 기타 사운드와 밴드 사운드의 조화가 그의 속마음을 궁금하게 만든다.
가만히 이 트랙을 들으며 가사에 집중했다.
우리 모두 서로가 감히 아우를 수 없는 부담과 걱정들을 안고 살아간다. 내가 그의 심연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도 나의 심연과 온전히 만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 곡은 적어도 내 스스로 나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사랑하는 만큼 바라고 기대하고.
너무나 자연스러운 순리이지만 이 모든 과정은 나에게 상처였다.
누군가에게 받은 사랑은 때론 무서웠다.
내가 싫어진다면 그대로 떠나가요
이런 내 변덕마저도 사랑할 수 있나요?
사실 나는 좀 두려워요 이런 모습을 싫어할까 봐
나는 있잖아요 그 무엇보다 나를 덜 사랑하나 봐요
서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솔직함이다. 그도 그 무엇보다 스스로를 덜 사랑한다고 모두에게 털어놓는다. 불안하고, 비참하고, 두렵고, 흔들리는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래. 그 모습까지가 나니까.
그럴 때, 또 묘한 안도감이 든다.
그의 심연. 그의 불안을 공감할 수 있다는 동질감. 그리고 조승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 그의 단단함이 나는 참 좋았다.
스며들어오는 앨범이다.
앨범을 소개하며 WOODZ는 자유와 통제 그 어딘가를 방황하다 깊은 곳의 자신을 마주했다고 전한다.
7개의 트랙은 7개의 WOODZ를 담았다.
장난스러운 모습도, 진지한 모습도 때론 처절하고 비참한 모습도 모두 조승연의 내면이 아닐까. 앨범의 타이틀 '우리'는 그 모든 자신을 아우른다. 깊은 내면 속 여러 가지 감정을 가진 나를 만나고 그 모습들을 솔직한 마음으로 기꺼이 인정할 때 우리는 새로운 문을 열고 끝없는 길을 향한 새로운 여정을 떠날 원동력을 얻기 마련이다.
그의 '우리'가 궁금했다. 그의 모습들을 알면 알 수록 내가 모르는 그의 이면들이 더욱 궁금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그의 앨범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오래도록 곱씹는 이유다.
뜨겁고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