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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NS May 19. 2023

김동률의 응원가, 황금가면

싱글리뷰

김동률 [황금가면] 


내 하루가 괜찮았던 건 나의 낮과 밤을 함께하던 음악 덕분이었다.


나는 김동률의 음악을 좋아했다.

특히 요동쳤던 나의 고등학생 시절은 그의 음악과 함께 했기에 어쩌면 한층 풍요로웠다.

그의 음악을 들을 때면 나는 술에 취해 내 마음을 고백했다가, 헤어진 연인을 기다리는 일이 무엇보다 쉬웠다가, 와르르 무너져 내렸거나, 이제야 모든 일을 깨닫거나 테이프 속 오래된 노래를 꺼내 듣곤 했다. 아마 이때부터인 듯했다. 음악에는 마음이 담겨 있고 듣는 이의 감정을 기억하게 해 준다. 음악이 좋아진 이유였다.


그 누가 감히 어떤 말로써 김동률의 음악을 평할 수 있나.

그의 노래로 사랑을 배웠고 그리움을 배웠다. 그가 후회할 때 나도 후회했고 그가 사랑에 빠질 때 나도 사랑하고 말았다. 


뮤직팜


2019년 리마스터링 앨범 발매를 끝으로 4년 동안 그의 신보는 발매되지 않았다.


김동률과 황금가면


이렇게 생경하고 이질적인 단어의 조합이 있을까. 황금색 가면을 생각하면 왠지 어렸을 적 보았던 히어로물 같이 유치하고 클리쉐적인 캐릭터가 떠오른다. 가면과 쫄쫄이, 망토를 달고 언제 어디서나 위험이 생기면 달려와 우리를 구해주고 쿨하게 사라지는.


음악도 컨셉도 모두 기존의 김동률과는 다르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줬던 짙은 감성의 발라드가 아닌 뮤지컬을 연상시키듯 신나는 박자감과 빠른 BPM으로 구성되었다. 재미있는 프로토콜과 뮤지컬적 사운드로 곡의 재미와 변주를 준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김동률을 바라볼 수 있다. 돌고 돌아 순정이란 말이 있듯 정직한 어쿠스틱 밴드 사운드와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풀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활용한 공간감과 화려한 코러스 라인까지, 김동률이 돌아왔다. 


김동률의 음악에는 기승전결이 있다.

내가 사랑하던 그의 음악은 하나의 음악 속에 그의 이야기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20년 전의 김동률 음악을 사랑하고 빠져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마치 이야기가 전개되듯 추가되는 세션 사운드는 곡을 고조시키고 김동률의 목소리로 채워진 유려한 화성은 감정을 폭파시킨다. <황금가면>의 후반부에서 쏟아지는 그의 목소리로 가득 찬 화성과 클래식 악기들은 마치 두 눈앞에서 뮤지컬이 펼쳐지는 듯 한 감동을 준다.


<황금가면> M/V

<황금가면>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가 전달하려는 이야기는 명확해진다.

유명 CF 감독인 존 박의 연출과 조우진 배우가 출연하여 오늘날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삶에 대한 애환을 담았다. 기존 김동률의 뮤직비디오와는 또 다른 도전이다. 공유, 현빈을 이은 그의 페르소나는 조우진이다. 유치하게만 보이는 파워레인저의 등장과 넥타이와 사원증을 던지고 오피스를 탈출하는 스토리, 뮤지컬처럼 하나둘씩 등장하는 댄서들과 함께 카메라를 바라보며 춤추는 조우진 배우까지. 하지만 때로는 이 유치한 탈출이 필요하다. 뜬구름 같은 정의와 승리, 진리와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기엔 세상에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은 우리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이 차오르는 이유는 그 유치하고 순수한 응원의 한 마디가 나에겐 필요해서다. 


<황금가면>은 나를 위한 응원가다.

김동률이 건네는 위로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응원이다. 고단하기만 한 오늘에 파워레인저 같이 한없이 나를 도와주고 구해주는 영웅이 있다고. 그 영웅은 내 속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순수한 마음과 열정이라고. 나는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살았다. 귀찮다는 이유로, 하기 싫다는 이유로, 나는 해내지 못할 거라는 섣부른 단정으로 나의 길들을 스스로 좁혀나갔다. 



" 세상이 정해준 내 역할이 맘에 안 들어

이렇게 맥없이 쓰러져갈 하찮은 내가 아니지 "


누군가에게 받은 위로와 응원은 때론 원동력이 될 때가 있다.

우연히 SNS를 넘기다 본 <황금가면>의 가사는, 저 말은 나에게 너무나 필요한 말이었다. 언제부터인가 다짐을 하지 않으려 했다. 지키지 못할 약속, 필사의 노력이 담긴 다짐은 늘 나에게 헛된 희망일 뿐이었다. 차라리 잘 됐다고. 그렇게 생각해야 내가 조금이라도 편안에 이를 수 있었다. 김동률은 나에게 또 한 번 기회를 주었다. 헛된 희망일지,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황금가면이 있다고 말한다.


영웅이 나타나길 바라지 말자.


영웅은 나다.

이 세상에서 내일을 맞이할 영웅은 나다.

언제든지 나를 구해주고 끊임없는 응원과 위로를 건네는 영웅은 나다.

<황금가면>과 동행하는 나의 오늘은 꽤나 희망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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