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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장의 새로운 바람 'MAX'

미디어

by BEANS

2022년 워너브라더스는 AT&T를 분사하고 디스커버리와의 합병을 진행했다. 2023년 기준 WBD(Warner Brothers Discovery)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39% 상승했지만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HBO MAX에서 HBO를 제거한 MAX라는 이름으로 OTT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양사가 가진 엄청난 콘텐츠들이 합쳐지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MAX가 OTT 시장에 큰 돌풍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스로는 워너와 디스커버리의 합병을 보고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 커지고 있는 OTT, 콘텐츠 다양성 확보는 시장에 영향을 줄 것인가?

- 단순히 양질의 콘텐츠가 OTT 유료 가입자를 유입시킬 수 있을까?

- OTT의 역할이 커지면 커질수록 기존 방송사의 역할과 입지는 점점 모호해진다. 어떤 문제가 있을까?



#1. Warner Media + Discovery


1990년대 미국의 3대 미디어 기업 중 하나였던 TimeWarner(타임워너)는 인터넷 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 적응하지 못하였다. 2014년에는 Time(타임)이 분사하였고 2018년에는 통신회사인 AT&T가 타임워너를 인수하면서 워너미디어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OTT 서비스 ‘HBO맥스’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OTT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여전히 그 규모가 부진한 상태였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AT&T는 워너미디어가 확보하지 못한 다큐멘터리 콘텐츠와 사실(리얼리티) 예능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는 디스커버리와의 합병으로 콘텐츠의 다양성을 보강한다는 계획인 것이다.


이번 합병은 워너미디어가 디스커버리에 합쳐진 형태다. 지분은 AT&T가 71%, 디스커버리가 29%를 보유하고 사업 운영은 디스커버리가 담당한다. 기존 워너미디어의 수입이 디스커버리보다 약 3배 많다는 점이 의아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정말 AT&T의 워너미디어는 경제적으로 실패했기 때문에 디스커버리와의 합병을 고려한 것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AT&T의 워너미디어는 왜 실패라는 평가를 받게 되었을까?

AT&T 산하 Warner Media의 매출과 손익

기존 넷플릭스와 디스니 플러스 극강의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현재의 OTT 미디어 시장에 수많은 중소 규모의 OTT들이 등장했지만 그들은 기대만큼 선전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언급한 워너의 ‘HBO맥스’역시 좋은 미디어 자원과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만, AT&T가 이를 출시할 때 예상했던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였고 그 여파로 디스커버리와의 합병을 생각한 것이라 본다. 디스커버리 역시 자사 OTT ‘디스커버리+’를 출시하였지만 많은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지 못하였고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이러한 부진 속에서 타사와의 인수합병을 통해 OTT시장에서 콘텐츠 보유에 있어 덩치를 키운 것이다. 아마존은 MGM을 인수 합병하였고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는 손을 잡았다.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하여 OTT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2. OTT의 성공은 콘텐츠에 달려있는가


2018년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HBO CEO는 넷플릭스 경쟁에 대해 “more is not better, only better is better”라고 답하며 HBO는 양보다는 품질로 승부하겠다고 응답하였다. 워너미디어는 과거 미디어 제국으로 불릴 만큼 누구나 인정할 만한 양질의 미디어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HBO맥스는 워너 브라더스의 영화뿐만 아니라 HBO, CNN, 카툰 네트웍스 등 다양한 드라마, 뉴스, 어린이 채널 그리고 스포츠 분야에서 까지 그 영향력을 확장했다. 그런데 이를 단순히 워너미디어의 콘텐츠 다양성 부족만으로 실패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치부할 수 있을까?

소비자들이 OTT플랫폼을 지속적으로 구독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꾸준한 새 콘텐츠, 즉 오리지널 콘텐츠의 지속적 생산의 역할이 클 것이다. 스스로 생각을 했을 때도 내가 넷플릭스를 계속 구독하는 이유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때문이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드라마, 영화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유통되는 것이 익숙해지고 있고 실제로 기존 방송국을 통해 유통되는 것보다 장르적, 시간적, 형식적으로 다양성을 가지고 질이 보장된 콘텐츠를 저렴한 가격에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즈니 플러스 역시 국내 콘텐츠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디즈니 스튜디오, 마블 스튜디오의 콘텐츠가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으며 애플 TV 역시 최근 ‘파친코’의 전 세계적 인기는 무서울 정도이다.

물론 워너도 콘텐츠가 없는 건 아니다. HBO의 부귀를 가져온 <왕좌의 게임>부터 <프렌즈>, <빅뱅이론>, 워너브라더스의 <해리포터> 시리즈를 비롯한 영화와 DC코믹스, CNN까지 이름만 들어도 알만큼 저명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지속적인 새로움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기존 양질의 콘텐츠들은 분명히 시청자들의 유료 가입을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가입자 확보를 위해서라면, 가입자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 떠나가지 않게 새로운 자극, 새로운 콘텐츠들이 필요하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는 훌륭한 콘텐츠들을 생산해 냈고 HBO와 디스커버리 플러스는 이를 인수합병을 통한 콘텐츠 다양성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디스커버리 채널의 콘텐츠가 더해짐으로써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디스커버리+에서는 기존 디스커버리 콘텐츠의 강점이던 다큐멘터리, 자연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유럽 내 스포츠 중계권까지 가지고 있어 글로벌 OTT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듯 디스커버리의 콘텐츠가 더해진 MAX가 넷플릭스와 디즈니에 대적할 수 있는 OTT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3. OTT의 한계는 없다


OTT 플랫폼의 덩치가 커질수록 새로운 분야로의 확장 또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스포츠이다. 스스로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KBO경기는 1년 144경기, 일주일에 6번은 경기가 진행되기에 매일 2시간씩은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는데 시간을 투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KBO는 지상파 3사의 스포츠 채널과 SPOTV라는 스포츠 전문 채널까지 총4사에서 중계권을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네이버가 모바일 중계권을 가져 우리는 현재 무료로 프로야구를 시청할 수 있다.

영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2021 도쿄올림픽 중계권이 BBC대신 디스커버리 채널에게 돌아갔다. 올림픽 주요 경기를 자회사인 유로스포츠와 OTT서비스인 디스커버리+를 통해 중계하였다. 물론 IOC는 올림픽의 보편적 시청권을 감안해 올림픽 중계 중 일부를 BBC에서 중계할 수 있게 했지만 동시에 펼쳐지는 올림픽 경기 2개만 중계할 수 있었다. 영국의 시청자들은 줄어든 공중파의 올림픽 중계와 올림픽을 시청하기 위해서는 디스커버리+의 유료 가입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반대 의견을 드러냈다.

디스커버리와 워너의 합병으로 해당 OTT서비스가 접근성이 더 늘어나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해당 OTT를 사용하게 되면 기존 지상파가 담당하던 올림픽, 월드컵을 비롯한 스포츠리그의 중계들이 OTT로 옮겨가는 것이 당연해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올림픽 중계권료는 OTT 간의 경쟁에 의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또한 보편적 시청권 침해 문제 역시 해결되어야 할 문제 중 하나이다. 디즈니는 ESPN을 인수했고 국내에서도 쿠팡 플레이가 대한축구협회와 함께 축구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과거 지상파의 전유물이었던 스포츠 분야가 과연 어떻게 OTT에 적응할지, 시청자들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속적으로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 생각하면서 한편, 현재 무료로 스포츠 중계를 즐기고 있는 시청자로서는 이 소식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았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가 과연 국내에서는 어떤 성과를 보일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디즈니플러스가 해외만큼의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넷플릭스는 선두자리를 굳건히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OTT들도 각자의 오리지널 콘텐츠들로 나름의 경쟁력을 갖추어 가고 있다. 과연 글로벌 콘텐츠로 가득한 WBD와 MAX가 국내에서는 어떤 위치로 자리 잡을지, 콘텐츠 생산에 있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기대된다. OTT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시청자들이 ‘선택’하여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점이라 생각한다. 과연 WBD는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어떤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인지, 지속적인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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