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X TOGETHER) 6th Mini Album [minisode 3: TOMORROW] 앨범리뷰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데뷔 이래 꾸준히 '구원'이라는 서사 아래 거대한 세계관을 만들어 갔다. 불안정하고 불완전하지만 아름다운 청춘의 모습을 하고 그룹 명처럼 '내일'을 살아가겠다는 것이 바로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전하는 메시지다. 케이팝에서 복잡한 세계관을 유지하는 것이 옅어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자신들이 가진 이야기를 그들이 꾸준히 지켜온 고유의 음악적 색채와 이끌릴 수밖에 없는 기획으로 설득력을 부여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아이돌 그룹 중에서도 '락' 장르를 가장 잘 활용하는 팀이다. 우울함과 슬픔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음악을 통해 표출하는 '이모(emo)'는 2000년대 팝 펑크를 베이스로 주로 거친 락 또는 서정적인 힙합 장르로 표현되는데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음악은 어떠한 시점 이후로 이 팝 펑크 기반의 '이모 락' 기조를 유지해 왔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히트 곡 중 하나라 꼽을 수 있는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을 비롯해 같은 앨범의 수록곡 'LO$ER=LO♡ER', 그리고 'emo'를 팀의 메인 키비주얼로 삼아 메탈 하드 락, 아프로비츠, 레트로한 웨이브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emo스러움을 뽐냈다.
그들의 6번째 미니앨범 [minisode 3: TOMORROW]는 지난해 정규앨범 [이름의 장: FREEFALL]으로 '장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다음 시리즈로 넘어가기 전 미니소드의 역할을 하는 앨범이다. [minisode 3: TOMORROW]의 구원은 '내일'이다. 그룹명에도 들어가듯 내일이라는 뜻을 가진 TOMORROW가 결국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우울과 불안에서 구원할 존재인 것이다. 단 하나의 강력한 메시지 하에 앨범의 각 트랙들은 높은 통일성을 가진다.
작곡 "Hitman" Bang , SLOW RABBIT , martin , Supreme Boi , Ryan Lawrie , Moa ”Cazzi Opeia” Carlebecker , Ellen Berg , James , Score(13) , Megatone(13)
작사 "Hitman" Bang , SLOW RABBIT , martin , Supreme Boi , Ryan Lawrie , Moa ”Cazzi Opeia” Carlebecker , Ellen Berg , James , Score(13) , Megatone(13)
전작 'Chasing That Feeling'과 달리 'Deja Vu'는 다소 서정적인 흐름을 가진다. 트랩(trap)의 하위 장르 중 하나인 레이지(rage)는 파워풀한 힘을 가지면서도 곡이 가진 글루미 한 분위기와 우울하고 위태로운 정서를 표현한다. 여기에 더해진 몽환적이면서도 미련 가득한 무드를 머금은 신스와 애절한 락 보컬이 만나 에너지를 극대화한다. 특히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정체성과 같은 연준의 음색과 강렬한 락 스타일의 보컬을 가진 태현의 존재감이 크게 느껴진다. 레이지 힙합 장르의 비트에 이모 락이라는 독특한 결합과 동시에 탑라인의 중독성을 배가하는 멤버들의 역량이 돋보인다.
기존에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디스코그라피를 살펴보자면 마냥 소속사 선배인 '방탄소년단'의 후배라고만 하기에는 다른 스타일을 가졌다. 앞서 언급했듯 'emo'와 '락' 스타일을 꾸준히 이어가며 팝 펑크를 비롯하여 하드 락 스타일의 헤비메탈까지 지속적으로 케이팝 보이 그룹으로서는 독보적인 정체성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Deja Vu'에서는 선배 '방탄소년단' 음악이 그 어느 때보다 떠오른다. 힙합을 베이스에 애절한 팝 스타일의 멜로디 라인, 서정적인 스토리라인을 담은 가사와 보컬 스타일까지 방탄소년단의 'I NEED YOU', 'FAKE LOVE', 화양연화 시리즈 앨범의 정취가 강하게 묻어있다.
'Deja Vu'가 조금은 흐릿한 인상을 가지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앞서서 같은 길을 걸었던 방탄소년단의 의 전작들에 미치지 못하는 중독성과 임팩트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개성을 살리지도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하는 인상을 준다. (브릿지 후 3절 코러스 파트에서 조금 더 강력한 보컬과 사운드를 활용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오히려 앨범의 마지막 트랙에 삽입된 Anemaia Remix 버전은 공간감 사운드를 가득 채워주는 밴드 사운드를 활용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음악적 정체성을 더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트랙이 되었다.
전체 앨범의 완성도는 실로 뛰어나다. 각 트랙들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2024년 2분기 케이팝의 트렌드를 관통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데 특히나 가장 임팩트가 컸던 트랙은 1번 트랙 '내일에서 기다릴게'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트랙으로서 수빈의 소년미를 가득 머금은 보컬을 강조하며 시작한다. UK 개러지를 듬뿍 얹은 하우스 장르의 곡으로 리드미컬한 탑라인과 곡 전반에 깔린 신비로운 무드의 신스는 에너제틱하면서도 절제되어 있고, 신나면서도 몽환적인 이중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TOMORROW'를 뜻하는 모스 부호로만 구성된 2번 트랙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데뷔 초 트랙들에 사용된 모스 부호 사운드를 연상시킴과 동시에 앨범을 관통하는 '내일'이라는 메시지를 색다르게 표현한다. 3번 트랙 'Miracle (기적은 너와 내가 함께하는 순간마다 일어나고 있어)'과 태현, 휴닝카이, 범규의 유닛곡 'Quarter Life'은 타이틀곡과 함께 emo의 기조를 따르는 트랙이다. 대중들이 쉽게 소비할 수 있는 락 장르의 곡으로 레트로한 신시 사이저와 멜로디 전개는 2000년대 보이 밴드의 감성을 자아낸다. 연준과 수빈의 듀엣곡인 'The Killa (I Belong to You)'는 아프로비츠 장르의 곡으로 미니멀한 구성이지만 관능적인 비트와 여유로운 보컬이 만나 매혹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또 다른 유닛곡 'Quarter Life'은 마찬가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정체성을 이어 가는 락 장르의 곡으로 사운드에 강하게 걸린 리버브와 락 스타일의 보컬이 만나 벅차오르는 감성의 밴드곡이 되었다. 20대 중반이 된 멤버들이 이제 인생의 1/4 지점을 맞이하여 느낀 양가적인 감정을 표현한다.
토모로우바이투게더의 emo스러움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었던 큰 이유는 아마 공감일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의 치유를 바라며 소년들의 사춘기를 함께한다는 라포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야기가 온전히 그들의 것이기 위해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오랜 시간 디스코그라피를 쌓아오며 탄탄한 라포를 형성했고 그렇기에 '내일'이 고민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프랑스어로 최초의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다는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을 뜻하는 'Deja Vu'는 단어가 가진 의미처럼 익숙하고 안정적인 향기가 가득 묻어있다. 지금까지의 시리즈를 정리하고 새로운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되기 직전에서 이 무난한 'Deja Vu'가 보여주고자 하는 장면의 방향은 여전히 흐릿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