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리뷰
키스 오브 라이프(KISS OF LIFE) 1st Single Album [Midas Touch] 앨범리뷰
키스 오브 라이프는 조금 다른 길을 간다. 하나의 단어 또는 간결한 합성어로 이뤄진 대부분의 그룹명과 달리 인공호흡이라는 뜻을 가진 'KISS OF LIFE'라는 관용어를 그룹의 타이틀로 걸었던 것처럼 말이다. 최근이라 칭하기 어려울 만큼 Y2K는 케이팝 씬에서 익숙해진 컨셉이었지만 키스 오브 라이프는 조금 다른 무드의 레트로를 구현한다. 그들은 1990년대 말 R&B와 힙합을 음악을 기반으로 2000년대 한국을 뒤흔든 섹시 스타 '이효리', '렉시', '보아' 등의 이미지를 차용해 그루비하면서도 힙한 키스 오브 라이프만의 영역을 개척해 냈다.
특히 데뷔 앨범에서부터 4명의 멤버 모두 각자의 솔로곡을 수록하면서 개인이 가진 역량 역시 뛰어남을 증명했다. 그중 가장 대중의 반응이 뜨거웠던 멤버 나띠의 솔로곡 'Sugarcoat'는 90년대의 정취가 강하게 묻어있는 팝 알앤비 곡으로 그루비한 음악과 파워풀한 퍼포먼스로 단연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이 곡이 가진 존재감이 컸기에 전작 미니 2집은 진한 무드의 힙합과 알앤비 트랙 위주로 채워짐을 볼 수 있었다. 더블 타이틀 곡이었던 'Nobody Knows'는 농도 짙은 알앤비 곡으로 나띠의 솔로곡에서부터 만들어온 정체성을 그룹의 정체성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작사 미아 (Mia), 온딘, Samson, Strawberrybananaclub, 조윤경
작곡 Strawberrybananaclub, 온딘, Samson
편곡 Strawberrybananaclub
그러나 키스 오브 라이프는 2024년 첫 번째 발매할 싱글에서 조금 다른 길을 걷는다. 단순히 알앤비 댄스 곡에 최적화된 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뛰어넘어 이번엔 메인스트림 팝을 선택했다. 애니콜 감성의 2000년대 Y2K를 지향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조금은 가벼운 방식으로 또 조금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곡의 인트로부터 당대 최고의 여성 팝 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떠오르게 하는데, 곡 전반에 반복되어 등장하는 레트로 한 전자음은 곡이 가진 2000년대의 정취를 한층 배가한다.
장르의 변화만큼 보컬의 변화도 눈에 띈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보컬을 떠올리게 하는 음색을 가진 멤버 벨은 전작들에서는 극한의 하이노트와 화려한 기교로 뛰어난 역량을 뽐냈다면 'Midas Touch'에서는 힘을 조절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곡과 컨셉이 가진 무게에 맞게 보컬이 자유자재로 녹아들 수 있음을 증명함과 동시에 단순히 아류작으로 느껴지지 않게끔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귀에 확실히 꽂히는 부분이나 중독성을 찾기에는 전작에 비해 아쉽다는 느낌이 드나 이러한 아쉬움은 멤버 나띠와 쥴리의 파워풀한 퍼포먼스, '디바'의 이미지를 차용한 비주얼과 즐길 거리가 가득한 프로덕션이 있기에 충분히 상쇄된다.
타이틀 곡 'Midas Touch'이 손에 닿는 순간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해버리듯 사랑에 빠져버린다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노래한다면 2번 트랙 'Nothing'은 사랑이라는 감정이 끝나는 순간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Nothing'은 PAINTER'S PLAYLIST를 샘플링했는데 국내에서는 홍다빈(dpr live)의 'Till i live'의 비트로 이미 한 차례 익숙해진 바 있다. 그러나 'Nothing'은 섬세한 여성 보컬과 현악기를 활용해서 전혀 다른 무드의 알앤비 곡이 되었다. 특히나 네 멤버의 보컬적 역량이 가장 잘 느껴지는 곡인데 존재감이 강한 언니들에 상대적으로 가려져 있었던 막내 하늘의 매력이 돋보이는 곡이다.
분명히 키스 오브 라이프는 아주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한 장 한 장 내놓은 디스코그라피로 충분히 증명하고 있고 그렇기에 이들의 앨범과 활동이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첫 번째 싱글이자 세 번째 활동을 맞이한 키스 오브 라이프는 이제 알앤비라는 하나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그들이 가진 뛰어난 역량을 바탕으로 음악적 바운더리를 넓히는 시도까지 도전하고 있다. 모든 것을 황금으로 바꾸는 미다스의 손처럼 키스 오브 라이프가 시도하는 모든 것은 그 도전 자체로 이미 황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