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리뷰
ATEEZ(에이티즈) 10TH MINI ALBUM [GOLDEN HOUR : Part.1] 앨범리뷰
에이티즈만큼 ego가 강한 팀이 또 있을까. 무려 해적왕이라는 어마어마한 세계관을 가지고 범접할 수 없는 강렬한 음악을 해온 에이티즈다. 일관성 있게 이어온 에이티즈의 디스코그라피와 이를 받쳐주는 탄탄한 명분이 된 세계관은 이제 에이티즈를 월드 클라스로 이르게 만들었다. 국내 남자 아이돌 최초로 코첼라 페스티벌에 입성한 것은 물론이고 흠잡을 틈 없는 라이브와 퍼포먼스로 많은 찬사를 받았다.
멤버 홍중, 민기 그리고 KQ의 프로듀싱 팀 이든과 마독스가 꾸준히 에이티즈의 프로듀싱을 담당하며 그들의 음악과 컨셉은 또렷한 방향성이 보인다는 장점을 가진다. 폭발적인 에너지를 파워풀한 래핑과 쫀득한 퍼포먼스로 표현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희열감을 느끼게 한다. 극도의 맥시멀을 추구해 온 만큼 이들의 디스코그라피가 때론 정체되었다는 평가도 무시할 수 없지만 결국 멤버들이 직접 프로듀싱을 하면서 스스로의 음악에 결과로써 명분을 부여했기에 그들의 성공은 더욱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에이티즈는 음악과 무대를 관객과 함께 호흡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자신감으로 칠해진 여유 가득한 장난기를 보이면서도 그 속에 바쁘게 달려가는 파워풀한 비트와 래핑은 특히나 해외 팬들이 이토록이나 에이티즈에게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에이티즈는 그들의 세 번째 챕터이자 스스로의 전성기를 맛보게 했던 THE WORLD 시리즈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선공개된 트레일러에서부터 그간의 에이티즈와 정반대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에이티즈의 가장 아름다운 황금 같은 시간이 도래했음을 알린 것이다.
작사 이든(EDEN), Peperoni, Ollounder, 마독스(Maddox), Oliv, 김홍중, 송민기, Alex Karlsson
작곡 이든(EDEN), Peperoni, Ollounder, 마독스(Maddox), Oliv, Alex Karlsson
편곡 이든(EDEN), Peperoni, Ollounder, 마독스(Maddox), Oliv
많은 것을 변화시켰으나 본질은 동일한 타이틀 'WORK'다. 곡의 구성은 일관적이나 사운드적으로 많은 변화를 꽤 했다. 일단, 에이티즈의 타이틀 곡 중 가장 쉽고 단순하다. 기존 타이틀 곡에서는 사운드를 여러 겹으로 빼곡히 채워 넣어 폭주하는 에너지를 연출하는데 집중했다면 비트와 플루트, 단 두 개의 트랙으로 여유로운 래핑이 돋보이게 만들었다. 곡 전반에 핵심적인 사운드로 등장하는 플루트 리프로 시작해 오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꾸준히 라틴 풍의 힙합을 시도해 왔는데 'WORK'에서도 역시 뭄바톤의 리듬이 등장한다. 프리코러스와 브릿지 이후 3절에서 뭄바톤의 리듬으로 바뀌며 다소 단조로운 곡 구성에 변곡점을 형성하고 이외의 파트에서는 힙합 비트의 색을 짙게 띤다. 극한의 고음을 연출하는 종호의 보컬 파트도 많이 정리되었음이 느껴진다. 비트가 중심이 되는 힙합 곡인만큼 랩과 싱잉랩의 비중을 늘리고 코러스 역시 랩으로 채워 넣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모습에 대한 도전, 그 사이 적절한 합의점을 찾은 듯하다.
노래가 그루비한 라틴 풍의 힙합의 무드를 가진 반면 비주얼적으로는 미 서부 광산의 카우보이 이미지를 표방한다. 일차원적으로는 막대한 황금과 부를 얻기 위해 일하는 위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그리 단순한 의미만 표현한 것은 아닌 듯하다. 위조되는 돈과 멤버들이 물리치는 지폐 괴물,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없는 황금알,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를 황금이 있다는 믿음으로 파내는 광부의 모습은 오히려 자본에 의해 잠식되어 가는 '진짜'에 대해 주목하려는 것처럼 느껴진다. 다소 무겁고 예민할 수 있는 주제를 자조적인 광기가 느껴질 정도로 에이티즈만의 재치로 표현한 것이 그들의 개성이자 정체성이 되고 있다.
앨범 전반에서는 타이틀 곡보다 더더욱 짙은 라틴 리듬의 향기가 물씬 풍겨진다. 2번 트랙 'Blind'는 사랑이 가진 변치 않는 힘을 'El amor es ciego', 'Cha cha cha'와 같은 스페인어 가사로 표현한다. 이뿐만 아니라 라틴 댄스 음악을 상징하는 쿠바 트럼펫과 뎀 보우 리듬, 라틴 특유의 건반 리듬 그리고 라이트 한 드럼 사운드로 장르가 가진 특색을 더한다. 5번 트랙 'Shaboom'에서는 레게가 등장한다. 여유로운 레게 바운스로 시작했지만 프리코러스부터 비트가 바뀌며 고조되기 시작하더니 코러스에서 등장하는 무거운 EDM 신스가 에이티즈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오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그러나 이 두 개의 트랙을 2, 4번에 배치하고 그 사이에는 정 반대의 무드를 가진 트랙을 배치해 뒀다. 1번 트랙 'Golden Hour'는 잔잔한 아카펠라로 시작해 내레이션으로 채워 앨범의 포문을 여는 인트로 역할을 한다. 에이티즈의 새로운 시리즈와 동명의 트랙으로써 이 앨범을 기점으로 에이티즈가 또 다른 도전, 또 다른 음악, 또 다른 챕터를 걸어갈 것을 의미한다. 타이틀 곡 'WORK'를 3번 트랙으로 배치해 'Blind'의 라틴 무드를 이어가다가도 4번 트랙 'Empty Box'에서 서정적인 발라드로 다시 그 노선을 튼다. 마지막 트랙 'Siren'은 또다시 힙합으로 돌아오는데 여러 겹으로 중첩한 사운드 위에 얹어진 파워풀한 랩, 특유의 묵직한 코러스의 보컬과 대조되는 다소 힘을 뺀듯한 고음 보컬 파트로 에이티즈가 [GOLDEN HOUR : Part.1]를 통해 어떤 변화를 꾀하는지 보여준다.
이들을 둘러싼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변화에 맞춰 그들은 스스로를 적응시켰고 발전시켰다. 지금의 에이티즈가 있기까지 겪어온 수많은 우여곡절과 그 과정에서 에이티즈의 영역을 개척한 뚝심, 그 모든 것을 실현하게 할 기저에는 자신감이 없으래야 없을 수 없는 실력과 노력의 시간이 있어서다. 오늘을 스스로의 골든아워라 칭한다. 에이티즈의 Golden Hour를 만든 건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이 순간이 찰나로 지나가기엔 에이티즈의 노력의 시간은 너무나 길었다. 이 찰나의 Golden Hour보다 값지고 소중한 건 이들이 노력해 온 모든 순간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