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그런 나를 발견한다.
말을 해야 할 순간에,
마음을 내밀어도 괜찮은 장면에서,
나는 늘 반 발, 한 발 뒤로 물러나 있다.
상대가 싫어서도 아니고,
마음이 없어서도 아닌데,
왜인지 모르게 먼저 멈춰 서게 된다.
돌아보면 그건 겁이어서라기보다
습관에 가까웠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관계가 틀어지지 않기 위해,
괜히 분위기를 흔들지 않기 위해
나는 나를 조금씩 뒤로 밀어왔다.
그러다 보니
조용히 양보하는 사람이 되었고,
참는 게 편한 사람이 되었고,
“괜찮다”는 말을 먼저 꺼내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마음은 알고 있다.
한 발 물러나는 선택이
언제나 성숙해서였던 건 아니라는 걸.
때로는
내가 너무 소중해서,
잃고 싶지 않아서,
혹시라도 멀어질까 봐
스스로 거리를 만든 순간들도 있었다는 걸.
그래서 요즘은
그 물러남을 탓하지 않으려 한다.
그건 나약함이 아니라
그동안 마음을 지켜온 방식이었을지도 모르니까.
다만,
이제는 아주 조금씩
내 자리를 지켜보려 한다.
항상 뒤에 서 있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다가가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천천히 몸으로 알아가고 싶다.
한 발 물러났던 시간만큼
나는 이미 많은 걸 견뎌왔고,
그 사실만으로도
내 마음은 충분히 단단해졌으니까.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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