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앞에서


사람 앞에 서면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던 때가 있었다.


말을 고르고,

표정을 살피고,

혹시라도 분위기를 흐리지 않을까

마음을 먼저 조심시키던 순간들.


그건 상대가 불편해서가 아니라

관계가 무너지지 않게 하려는

오래된 습관에 가까웠다.


조금만 긴장이 풀리면

뭔가 잘못될 것 같았고,

편해지는 순간이 오히려

위험하게 느껴졌던 시간들.


그래서 관계 안에서

늘 준비된 사람처럼 서 있었다.

괜찮은 사람,

이해심 많은 사람,

문제 되지 않는 사람으로.


하지만 그런 자리에서는

마음이 쉬지 못했다.

웃고 있어도 긴장이 남아 있었고,

함께 있어도

혼자 애쓰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가끔,

아무 설명 없이도

조용히 숨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


말이 많지 않아도 괜찮고,

표정을 관리하지 않아도 괜찮고,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사람 앞에서

마음은 처음으로

경계를 풀어본다.


그 앞에서는

잘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지금의 속도로

지금의 마음으로

그 자리에 있어도

관계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감각.


그 감각은

관계를 더 노력하게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조금 덜 긴장하게 하고,

조금 더 나로 남게 만든다.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 앞에서

마음은 비로소

자기를 숨기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배운다.


그것은

의존이 아니라

안정에 가깝고,


붙잡음이 아니라

머무름에 가깝다.


그렇게 관계는

나를 시험하지 않고,

나를 줄이지도 않으면서

조용히 나를 쉬게 한다.


그리고 그 경험 하나만으로도

마음은 안다.


관계란

항상 애써야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며,

긴장하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는 자리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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