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지 않아도 되는 선이 생겼다는 것


예전에는

마음속에 선이 없었다.


조금 불편해도 넘겼고,

조금 서운해도 삼켰고,

조금 아파도 괜찮은 척 웃었다.


관계를 지키는 일은

대개 내가 조금 더 참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조금만 더 이해하면,

내가 조금만 더 넓어지면,

그래야 사랑이 오래 간다고 믿었다.


그래서 마음은

늘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하고 싶은 말을 삼키고,

표정 하나를 고쳐 달고,

괜찮다는 말로 스스로를 눌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상하게도 마음이 예전처럼 버티지 않았다.

억지로 참아도

전처럼 단단해지지 않았고,

모른 척 넘어가도

속이 편해지지 않았다.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참는 것이 배려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우는 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리고 아주 작은 변화가 생겼다.

마음 안에

얇지만 분명한 선 하나가 그어졌다.


이건 괜찮다.

이건 조금 불편하다.

이건 넘기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를 밀어내기 위한 선이 아니라,

관계를 끊어내기 위한 선도 아니다.

그저

나를 잃지 않기 위한 경계였다.


그 선이 생기자

관계는 오히려 덜 불안해졌다.


참지 않아도 된다는 건

화를 내겠다는 뜻이 아니었다.

상대를 이기겠다는 뜻도 아니었다.


다만

내 마음이 다치지 않게

스스로를 데리고 서 있겠다는 태도였다.


이전에는

사랑이 깊어질수록

내가 더 많이 참고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참지 않아도 되는 선이 있을 때

마음은 더 오래 머문다는 것을.


억지로 맞추지 않아도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그 선은

사랑을 줄이기 위한 장벽이 아니라,

사랑을 오래 두기 위한 자리였다.


내가 나를 지우지 않을 때,

관계는 더 조용해졌다.


참지 않아도 되는 선이 생겼다는 건

누군가를 밀어내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이제는 나를 빼놓지 않겠다는 고백이었다.


그 변화는 크지 않다.

다만 마음이

더 이상 스스로를 억지로 누르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이후로

사랑은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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