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머뭇거리지 않는 이유


예전의 나는

마음이 먼저 움직여도

한 번 더 멈춰 서는 사람이었다.


이 말을 해도 될까,

이 표정을 보여도 될까,

조금 더 다가가면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마음이 앞서면

이성으로 붙잡았고,

감정이 올라오면

괜히 한 템포 늦추었다.


머뭇거림은 늘

상대를 배려하기 위한 태도라고 생각했다.

조심스러움은

성숙의 증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좋아도 천천히,

괜찮아도 애써 무덤덤하게,

마음이 커질수록

더 조용히 숨겼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알게 되었다.

머뭇거림의 깊은 곳에는

배려만이 아니라

잃을까 봐 먼저 물러서는 습관이 있었다는 것을.


혹시라도

마음이 더 커지면 다칠까 봐,

기대가 생기면 무너질까 봐,

좋다는 말 한마디에도

괜히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는 것을.


그 사실을 인정한 이후로

마음의 방향이 조금 달라졌다.

무턱대고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도망치지 않는 쪽을 선택하게 되었다.


좋으면 좋다고,

괜찮으면 괜찮다고,

편안하면 그 편안함을

굳이 축소하지 않게 되었다.


머뭇거리지 않는다는 건

성급해진다는 뜻이 아니었다.

다만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을

괜히 의심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관계는 여전히 조심스럽지만,

이제는 조심스러움이

뒤로 물러서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마음이 한 걸음 나가면

그 한 걸음을 인정한다.

혹시 다칠지 모른다는 가정 대신

지금 느껴지는 온기를 더 믿게 되었다.


이제는 머뭇거리지 않는 이유는

상대가 달라져서가 아니라,

마음을 먼저 밀어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움직일 때

그 움직임을 존중하는 것.

그 작은 태도의 변화가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걸

조용히 알게 되었다.


좋은 감정이 생겼을 때

괜히 줄이지 않고,

따뜻한 순간이 오면

괜히 흩어놓지 않고.

그저

그 자리에 그대로 두는 것.


이제는 머뭇거리지 않는다.

도망치지 않기로 한 이후로

마음은 오히려 더 안정되었다.


다칠까 봐 미리 멈추지 않을 때,

관계는 더 천천히,

그러면서도 더 분명하게 앞으로 나아간다.


머뭇거림이 줄어든 자리에는

조심스러운 확신 하나가 남아 있다.

지금 느껴지는 마음을

굳이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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