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늘 ‘괜찮다’는 말을 먼저 꺼내는 사람이었다.
마음속에 거센 파도가 일어도,
겉으로는 잔잔한 호수를 연기했다.
누군가 걱정할까 봐,
혹은 ‘예민하다’는 말을 들을까 봐,
감정을 꾹 눌러 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런데 그 습관은
언젠가부터 무거운 갑옷이 되어
그녀를 숨 막히게 하고 있었다.
마음속엔 여전히 서운함, 억울함, 슬픔이
뒤엉켜 있었지만
그 감정을 꺼내놓을 자리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상담 장면에서 그녀는 조심스레 과거를 이야기했다.
아무도 관심 없었던,
그녀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순간들.
말을 하면서도
‘이건 별일 아닌데…’라며 스스로 축소했다.
하지만 상담자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때 정말 많이 힘드셨겠어요.”
그 한마디에
그녀는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대었다.
마치 오랫동안 참았던 숨을 내쉬듯,
어깨에 힘이 풀렸다.
그 순간,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것은 단순한 공감이 아니었다.
자신의 감정이 ‘맞다’는 확인,
자신의 경험이 ‘존중받는다’는 확신이었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정서적 인정(emotional validation)이라고 부른다.
이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사람이 자기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치유의 문을 열게 만드는 강력한 심리적 자원이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사람은 자기 마음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이건 그냥 넘겨야 하는 일인가?’
그렇게 자기감정을 폄하하는 습관이 생긴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 감정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순간
그동안 굳게 잠겨 있던 문이 열린다.
그 문을 통해
서운함, 분노, 슬픔 같은 감정이
조심스럽게 바깥으로 나온다.
그리고 비로소,
그 감정의 무게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다.
그녀는 상담을 마치며 말했다.
“처음이에요.
내 이야기가 이렇게 ‘그럴 수 있는 일’로 들어진 건.”
그날 이후,
그녀는 감정을 숨기기보다
조금씩 드러내는 연습을 했다.
그 과정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
그녀를 지탱해 주었다.
“이 글은 상담심리학자로서 수많은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동행하며,
그들의 감정 여정을 상징적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한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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