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진짜 느낌이 좋다

2026년 2월 26일 목요일

by 전귀자씨

종종 로또를 산다. 자동 5000원, 기본만 한다. 몇 년 전 5만원까진 당첨된 경험이 있다. 직전 당첨금과 그다음 당첨금 사이의 관련성이 전혀 없는데도, 5만원을 맛보고 나니 더 큰 액수가 곧 찾아올 것만 같다. 그 막연한 기대감에 자꾸 지갑을 연다.


로또를 사면 몇 주 정도는 가방에 그냥 넣어둔다. 당첨 여부를 바로바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여행 떠나기 전 공항 갈 때 가장 설레는 뭐 그런 맥락이랄까. 당첨금 어디에 쓸지 행복회로 돌리는 그 부푼 꿈의 시간을 최대한 길게 가져간다. 잠깐이나마 날 상상 속 부자로 만들어주니 그것만으로도 5000원 값어치는 충분하다.


약속이 있어 오랜만에 여의도를 찾았다. 작년 말 사우디 출장을 다녀왔는데, 그때 동행했던 분들과 뒤늦은 뒤풀이였다. 즐거운 시간 보내고 집에 가는 길에 여의도역 5번 출구 앞 로또 판매점이 눈에 들어왔다. 다수의 1등을 배출한 ‘명당’답게 늦은 시간에도 로또를 사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이번엔 5만원 이상의 성과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일단 한 장 샀다. 근거는 없고 그냥 느낌이 좋았다. 물론 그동안에도 느낌은 늘 좋았더랬다. 어쨌든 당첨되면 일단 주택 대출부터 갚아야겠다. 큰 차를 한 대 사고, 에어텐트도 사야겠다. 커가는 아들을 위해 집도 넓혀야겠다. 아 상상만 해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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