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5일 수요일
한 대기업 직원 2명과 식사했다. 둘 다 남자였고, 나보다 젊었다. 한 명은 기혼, 한 명은 미혼이었다. 미혼 직원은 기혼자 둘에게 결혼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 그는 현재 만나고 있는 여자친구가 결혼 이야길 자주 꺼내고, 그때마다 본인은 대화 주제를 돌린다고 했다. 여자친구가 자신의 집안이나 재력 등을 가늠하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란다. 그는 여자친구를 사랑하고 결혼 생각도 있으나 아직은 ‘그런 종류’의 대화를 나누고 싶진 않다고 했다.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따지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얼떨결에 자연스레 만나 결혼까지 한 나로선 이 직원에게 마땅히 해줄 말이 없었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와 와이프는 진짜 쉽게(?) 결혼했다. 아무것도 몰랐던 스물일곱과 스물넷이 만났고, 정신없이 연애하다가 정신 차려보니 예식장에 입장하고 있었다.
좋게 말하면 퓨어했다. 돈도 없는 대학원생인 날 좋아해 주는 와이프가 나도 그저 좋았다. 우리가 이 직원처럼 한창 사회생활하다가 느지막이 만났다면 서로에 대해 많은 걸 따져봤을지 모를 일이다. 퇴근 후 와이프와 구교환, 문가영 주연의 리메이크 영화 ‘만약에 우리’를 봤다. 영화 속의 둘도 퓨어한 시절 만났지만 우리처럼 결실을 맺진 못했다. 우린 참 다행이라고, 아내와 닭살 돋는 멘트를 주고받았으며 웃었다. 그리고는 낮에 만난 대기업 직원도 여자친구와 아름다운 결실을 맺길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