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7일 금요일
퇴근 시간에 맞춰 아내와 아들을 시내로 불러냈다. 금요일 저녁은 늘 기분이 좋다. 돈 쓰고 싶은 기분이랄까. ‘아들 개학 전 마지막 금요일’이란 핑계를 걸어 외식을 제안했다. 와이프는 밀가루보다는 보리밥이나 청국장 같은 게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러더니 전부터 가보고 싶던 식당이라며 삼청동 현대미술관 인근의 한 밥집 링크를 보내왔다.
식당에서 만나기로 하고 슬슬 걸어갔다. 가면서 다시 보니 경복궁 담벼락 건너 삼청동으로 들어가는 큰 길가가 아니라, 그 뒤편 사간동과 송현문화공원 틈바구니의 좁은 골목 안쪽에 숨은 한식집이었다. 큰 길가와 달리 골목은 한적했다. 사간동과 공원을 구분 짓는 돌담벼락 위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빤히 쳐다봤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느냐는 표정이었다.
먼저 도착해 있던 아들이 멀리서 날 발견하고 뛰어왔다. 아이의 발걸음 소리에 놀란 고양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좁은 골목을 뛰어오는 아이의 미소가 금요일 저녁이란 행복감 위에 켜켜이 쌓였다.
건물 지하에 있는 식당 문을 열고 깜짝 놀랐다. 바깥은 한적한데 식당은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다. 매번 느끼는 게, 진짜 강자들은 티 내지 않는다. 식당 안 손님들 표정만 봐도 그들의 만족감이 드러났다. 정말 맛있는 식사였다. 사랑하는 가족과 멋진 주말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