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친 듯이 돈을 쓰겠어

2026년 2월 28일 토요일

by 전귀자씨

우리 가족 셋 다 뭔가 사야 할 게 있었다. 내 경우엔 봄에 입을 외투가 필요했다. 쇼핑의 날로 정하고 집을 나서며 와이프와 아들에게 “오늘 딱 하루만 시원하게 돈 좀 써보자”고 제안했다. 백화점 명품관도 아니고 스타필드 가는 거니까, 오늘만큼은 가격표 보지 말고 마음에 들면 그냥 사자고 했다. 다이어트 중 치팅데이 허락하는 심정이었달까. 고삐 한 번 풀고 싶었다.


비장한(?) 각오로 스타필드에 들어섰다. 여러 매장을 돌며 마음에 드는 외투를 입어보고, 총 두 벌을 샀다. 둘 중 뭐가 나은지 따져보다가 그냥 둘 다 산 것이다. 오늘 취지에 부합하는 행보에 만족감이 밀려왔다. 내친김에 지하 트레이더스로 이동해 먹을 것도 사고, 근처 이케아에선 커튼도 샀다. 밤 10시 가까운 시간에 집에 돌아왔다.


씻고 나와 오늘 지출이 얼마나 됐는지 영수증 숫자를 다 더해봤다. 100만원은 족히 넘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계산해 보니 실제 지출은 53만원에 불과했다. 하루 지출로 53만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원 없이 써보자며 나간 사람들 치곤 소박한 결과였다. 맘에 들면 그냥 사잔 말과 달리 들었다가 도로 내려놓은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와이프와 머쓱하게 “우리 잘 살고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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