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에서 동기 모임

2026년 3월 6일 금요일

by 전귀자씨

회사 선배의 부친상 부고가 떠 퇴근 후 장례식장에 갔다. 일이 늦게 끝난 탓에 밤 10시를 훌쩍 넘긴 시간에 도착했다. 조문객이 별로 없을 것 같았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동기 5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 대화하고 있었다. 다섯 중 셋은 이직자, 한 명은 육아휴직자. 동기지만 대부분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었다. 약속하고 만난 게 아니라 더 반가웠다. 무거운 장례식장이 금세 동창회 분위기로 바뀌었다. 모처럼 만난 동기들은 상주 눈치 보면서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선배도 아버지 가시는 길 외롭지 않게 떠들어주는 후배들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육아휴직 중인 동기가 특히 할 말이 많은 듯했다. 딸만 둘인 그녀는 막 돌이 지난 둘째를 위해 잠시 일을 멈추고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비록 장소가 장례식장이긴 해도 힘든 육아에서 벗어나 동기들과 모처럼 대화 나누는 이 순간을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둘째 탄생부터 돌잔치에 이른 지금까지 쌓인 여러 에피소드를 쉴 새 없이 쏟아냈다. 동기 대부분 기혼자고 아이도 있어 보탤 얘기들이 많았다. 수다는 자정까지 이어졌다.


조문객이 우리뿐인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희가 너무 동기 모임만 하고 가네요.“ 선배에게 사과하자 그는 괜찮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집에 돌아오는 택시에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삶이 마무리된 이를 떠나보내는 공간에서 우린 새롭게 삶을 시작하는 이들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인간사 한 사이클의 어느 중간쯤 지점에 내가 서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선배 아버님은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고, 동기 딸은 건강하고 지혜롭게 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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