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선생님이구나.

2026년 3월 7일 토요일

by 전귀자씨

며칠 전 4학년 첫날을 마치고 온 아들에게 담임 선생님에 대해 물었다. 내 아이의 1년을 맡아주실 분이니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다. 아이는 남자 담임 선생님이고, 꽤 젊다고 설명해 줬다. 요즘 초등학교에서 찾기 힘들다는 젊은 남자 선생님이라니, 그 자체로 기대감이 생겼다.


오늘 아내가 아들의 일기장을 들고 와 보여줬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들놈은 자음과 모음을 개성 넘치게(지멋대로) 배치하던 악필이었다. 그런데 오늘 본 일기장 속 글자들은 오와 열을 맞추고 있었다. 명필은 아니어도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티가 났다.


심지어 일기 내용도 수준급이었다. 3학년때까지 아들의 일기는 일기라기보단 시계열로 나열한 기록지에 가까웠다. 아침에 일어나 뭐를 했고, 그다음에 뭐 했고, 또 그다음에 뭐 했다는 패턴이 매일 반복됐다. 그러나 오늘 본 일기에는 소감과 반성, 분석, 평가, 다짐 등이 추가돼 있었다. 읽을 맛이 났다.


글씨 정성껏 쓰는 것도, 느낀 점을 곁들이는 것도, 모두 내가 아들에게 수년간 요구해 온 것들이다. 가끔은 옆에 앉혀두고 글쓰기 수업을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그랬던 아들이 새 학년 올라가고 며칠 만에 다른 사람(적어도 일기 쓰기에선)이 됐다. 아들은 담임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다고 했다. 역시 선생님은 선생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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