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함께 자전거 탈 수 있다

2026년 3월 8일 일요일

by 전귀자씨

언덕뿐인 동네에 3살 때 정착한 아들은 자전거 탈 기회가 없었다. 탈 일이 없다 보니 배울 마음도 가르칠 마음도 들지 않았다. 아이가 자전거에 관심을 보인 건 7~8살 2년 동안 세종시에 살면서다. 평지 위 새로 생긴 도시는 자전거 천국이었다. 그곳에서 자전거를 사줬다. 다만 이런저런 핑계로 자전거 탈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하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또 2년이 흘렀다. 세종에서 산 자전거는 베란다 구석에 처박혔다.


아이가 본인 입으로 자전거를 다시 타야겠다고 말한 건 작년 말 세종 친구들을 만나고 온 뒤부터다. 1박 2일 머무는 동안 아들놈은 친구들이 태워주는 자전거 뒷안장에 매달려 다녔다. 그때 제대로 배울 마음이 들었나 보다. 4학년인데 아직도 자전거를 못 타는 건 아니다 싶어 나 역시 이번엔 의지를 불태웠다.


1~2월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바람이 불어올 때 자전거를 다시 꺼냈다. 그새 훌쩍 큰 아들이 타기엔 너무 작아졌지만 연습하기엔 적당해 보였다. 오늘 아들과 자전거를 들고 부모님 댁에 갔다. 부모님 사시는 아파트 단지 안에 연습 장소로 적합한 넓은 중정이 있어서다. 세종 살 때 아주 안 탔던 건 아니라, 아이는 금방 적응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2시간 정도 탄 녀석은 감을 완전히 잡은 듯했다. 한두 번 넘어졌지만 공포보다 재미가 커진 후라 개의치 않고 일어서서 다시 달렸다. 저 자전거를 타고 와이프와 내 품을 떠나 친구들에게 달려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이 덩치에 맞는 새 자전거를 사주기로 약속했다. 거기까지 하면 내 역할은 끝난다. 함께 자전거 타러 한강공원에 나가자고 제안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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