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약 취소의 쾌감

2026년 3월 9일 월요일

by 전귀자씨

점심에 만나기로 한 사람이 급한 업무가 생겼다며 약속 조정을 요청해 왔다. 당일 오전에 말해서 미안하다고, 부득이한 사정이니 이해해 달라고, 그는 여러 번 사과했다.


종종 겪는 상황이고 내가 약속을 깨는 일도 많아 아무렇지 않았다. 실은 오히려 기뻤다. 예기치 않은 자유시간을 얻었기 때문이다. 사람 만나는 게 주된 업무인 직업이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이 점점 소중해진다.


전화를 끊고 자유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행복한 상상에 빠졌다. 과거 골프에 한창 빠졌을 땐 이렇게 갑자기 시간이 비면 근처 스크린골프장으로 달려가곤 했다. 다이어트 중인 요즘은 헬스장에 가거나 날이 좋으면 걷는다.


오늘은 산책 대신 헬스장을 택했다. 저녁엔 기업체와 팀약속이 있으니 미리 운동을 해두기로 했다. 헬스장의 누구도 내게 말을 걸지 않는 그 고요한 시간이 좋았다. 침묵에 비례해 내 안의 에너지도 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이러면 이따가 저녁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다.


급한 업무가 생긴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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