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만 보면 돈이 있다.

2026년 3월 10일 화요일

by 전귀자씨

2~3주쯤 전 세종 출장을 마치고 오송역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 갔다가 지갑을 주웠다. 열어보니 현금과 카드가 빼곡히 꽂혀있었다. 나도 인간인지라 두툼한 현금 뭉치를 보니 0.001초 찰나 견물생심이 들었다. 하지만 나 전귀자, 남편이자 아빠, 무명이지만 그래도 네이버에 이름 치면 나오는 사람, 번듯한 직장인으로서 이 돈을 건들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알았다.


맨 앞쪽에 꽂힌 주민등록증의 숫자가 보였다. 1995년생, 나보다 한참 어린 남성이 지갑 주인이었다. 여유가 있었다면 근처 지구대에 맡기거나 우체통에라도 넣었을 텐데 기차 시간이 빠듯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정류장 벤치 위에 지갑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버스에 탔다. 선량한 누군가가 지갑이 주인을 찾아갈 수 있게 도와줬으리라 믿는다.


오늘 서울역 내 스토리웨이 편의점에서 물건을 고르는데 바닥에 1만원짜리 지폐가 떨어져 있었다. 만원은 돈 주인도 지갑 찾듯 찾진 않을 수준이다. 주변에 보는 사람도 없었다. 두툼했던 지갑보다 더 강력한 물욕이 뇌를 뚫고 들어왔다. 하지만 나 전귀자, 남편이자 아빠, 무명이지만 그래도 네이버에 이름 치면 나오는 사람, 번듯한 직장인답게 눈물을 머금고 돈을 주워 카운터에 가져다줬다.


며칠 전 챗GPT로 올해 재물운 사주를 보니 3월은 ‘기회가 보이기 시작하는 달’이라고 나왔다. 하늘이 길바닥에서 지갑과 돈을 주울 기회를 준 것일까. 재물운의 절정은 6월과 9월이라고 인공지능이 알려주던데, 그때 가서 얼마나 큰걸 줍게 되는지 두고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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