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2일 목요일
저녁 약속 마치고 귀가해 와이프와 대화하던 중이었다. 분당 사는 선배와 함께 약속 다녀오는 길이라고 하자 와이프가 “그럼 그 선배는 광화문까지 차 몰고 다녀? 버스 타고 다니나? 출퇴근 뭐로 한대?”라고 물었다.
음? 잠시 뇌정지가 오는 느낌이었다. “알아서 잘 다니시겠지, 다 큰 어른인데.”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내가 답했다. 그러자 이번엔 와이프가 놀란 눈치였다. “같은 회사 선배인데 뭐 타고 다니는 지도 몰라?”
알고자 하면 알 순 있다. 그런데 나한테는 알 필요가 없는 정보다. 그 선배가 비행기 타고 출근하든 탱크 타고 퇴근하든 관심 없다. 선배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물론 대화 흐름에 따라 “뭐 타고 다니세요?” 물어볼 상황이 생길 순 있지만, 대개는 서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난 와이프가 집에서 일하는 개인 사업자라 직장인의 감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와이프는 이건 남녀 차이라고 했다. 아내는 여자들은 다르다며, 여자의 대화는 자잘하고 사적인 소재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어디 사세요? 아 분당이요? 그럼 출퇴근은 뭘로 하세요? 로 자연스레 이어진다는 것이다.
부부 대화가 계속됐다. 어쩌다 보니 대화 주제가 안압으로 넘어갔다. “OO 엄마가 그러는데, 한국인은 안압이 높지 않아도 녹내장에 걸릴 수 있대.” OO 엄마는 동네 엄마들 사이에서 잡지식 많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그래? 한국인 특성은 어떻게 다르길래?“ 내가 물었다. ”몰라. 그냥 그렇다던데?“
녹내장의 주된 원인을 안압으로 알고 있는 사람에게, 한국인의 녹내장은 안압과 무관할 수 있다는 이야길 전하려면, 한국인 고유의 특성까지 설명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른다고? OO 엄마가 그건 말 안 해줘?” “몰라. 그렇다고 하니까 아 그렇구나 했지 뭐.”
와이프와 난 서로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다가 웃음이 터졌다. 우린 서로 “이것도 남녀 차이”라며 키득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