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4일 토요일
지난달 14일 와이프가 연애 기간까지 합쳐 처음으로 발렌타인데이를 그냥 넘어간 게 인상 깊어(?) 일기까지 썼더랬다. 이후로 한 달이 지나 화이트데이가 돌아왔다. 통상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날. 어떻게 선물해야 생색을 잘 낼지(물론 장난으로) 아침부터 고민했다.
마침 오늘 처가댁 모임이 있어 강화도로 넘어갔다. 두 돌 안된 처남 딸의 귀여움이 절정인 요즘이라 아들은 아침부터 사촌동생 볼 생각에 흥분한 상태였다. 다른 집 동생들은 이토록 좋아하면서 본인 동생은 죽어도 싫다는 심리가 여전히 신기하기만 하다.
강화도에 도착하자마자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다. 내 아이가 태어났을 때 확 살아났던 집안 분위기가 처남 딸 덕에 10여 년 만에 다시 살아났다. 낮엔 나가 놀고, 저녁엔 회 떠다가 다 같이 술도 한 잔 기울였다.
정신없이 놀다가 시계를 보니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차, 화이트데이. 까맣게 잊고 있었다. 주변에 편의점 하나 없는 시골인 데다 음주 상태라 사러 나가기엔 이미 늦었다. 한 달 전 와이프도 아마 이런 식으로 하루를 보내다가 깜박했을 것이다.
몸이 나른해지니 귀찮음이 올라왔다. 그냥 서로 퉁치자 싶다가 문득 카카오톡 기프티콘이 떠올랐다. 잠시 자리에서 이탈해 방으로 들어갔다. 적당한 가격대의 초콜릿 한 상자를 골라 와이프에게 쐈다.
잠시 후 카톡 대화방의 숫자 1이 사라지더니 멀리 거실에서 와이프가 깔깔대기 시작했다. 결국 이 웃음소리 한 번 들으려고 산 셈이다. 어쨌든 넌 안 줬고, 난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