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포장마차, 그립다.

2026년 3월 16일 월요일

by 전귀자씨

정말 오랜만에 인사동에 갔다. 근처에서 점심식사 약속 후 급히 노트북 쓸 일이 생겨 카페를 찾다 보니 인사동 안쪽 거리까지 들어갔다. 수년새 이 거리는 저녁에만 몇 차례 걸었을 뿐이다. 대낮에 간 건 너무나도 오랜만이어서 감회가 새로웠다. 옛 추억들이 밀려왔다.


2007년 5월 군대 전역 후, 나보다 두 달 먼저 전역한 친구와 인사동 초입에 있던 컴퓨터 학원에 등록했다. 뭘 배웠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이런 걸 배워두면 좋다’길래 친구 따라 강남 간 것이었다. 주 2회 수업을 위해 매주 인사동에 갔고, 갈 때마다 우리는 인사동 구석구석을 누비며 술을 마셨다. 애초에 그러려고 학원에 갔을 것이다.


지금은 거리에서 많이 사라진 포장마차가 곳곳에 즐비하던 시절이다. 돈은 없는데 술과 낭만은 챙기고 싶다 보니 인사동에 있는 포장마차란 포장마차는 다 다녔다. 특히 자주 갔던 곳은 조계사 앞 사거리와 맞닿은, 지금은 종로경찰서가 들어선 건물 앞 포장마차였다. 바로 앞에 맥도날드가 있었는데, 술 마시다가 빅맥이 땡기면 사장 할머니께 허락 구하고 사와 안주로 먹기도 했다.


현재는 와이프가 된 여자친구와도 가고, 고등학교 친구와도 가고, 그 친구의 여자친구(역시나 현 와이프)도 거기서 소개받고, 신문사 인턴 동기들과도 가고, 군대 동기와도 가고, 입사 후 회사 동기들과도 가고, 선배들과도 가고, 후배들과도 갔다.


시간이 흘러 맥도날드도 없어지고 포장마차도 없어졌다. 서울시에서 그 주변 포장마차들을 ‘화신 포장마차촌’이란 이름의 대형 천막 안에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천막 문을 열고 들어가면 수많은 포차가 똑같이 생긴 사각형 공간 안에 푸드코트마냥 일렬로 들어차 있었다. 친구들과 몇 번 가다가 답답하고 너무 시끄러워 안 가게 됐다. 지금은 화신 포차촌도 컨테이너 건물 형태로 바뀌었다.


카페에서 급한 업무를 마치고 포차의 추억이 깃든 거리를 걸었다. 맥도날드가 있던 자리엔 베이커리가 영업하고 있었다. 종로경찰서 앞 콘크리트 바닥 곳곳에 얼룩이 보였다. 단골 포차가 있던 자리다. 얼룩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그 시절 나와 내 일행이 먹다가 흘린 오뎅 국물 자국이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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