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1일 토요일
6년 전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을 때, 격리에 지친 많은 이들이 골프장으로 뛰쳐나갔다. 전쟁 이후 베이비 부머마냥 바이러스 이후 코로나 골퍼가 우후죽순 쏟아졌는데 그중 한 명이 나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팬데믹 때문에 시작한 건 아니었다. 당시 나의 부장은 업계에서 소문난 싱글 골퍼였다. 그 선배는 “어차피 언젠가 칠 것이라면 내 밑에 있을 때 시작하라”고 했다. 실력자의 독려에 큰맘 먹고 채를 잡았는데, 시작하자마자 코로나 사태가 터진 것이다.
어쨌든 그 선배 밑에서 골프를 시작한 게 인연이 돼,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지금까지도 종종 함께 운동을 나간다. 당연히 지난 6년 동안 승자는 언제나 선배였다. 나를 누를 때마다 선배는 “얼른 더 성장해서 나를 넘어다오”라고 했다.
그런데 그 청출어람의 순간이 오늘 찾아왔다. 객관적 전력은 여전히 하늘과 땅 차이인데, 하필 오늘 ‘내가 너무 잘 맞은 날’과 ‘선배가 너무 안 맞은 날’이 맞물렸다. 최종 스코어는 내가 한 타 차이로 간신히 이겼다. 나는 라베에 가까웠고, 선배는 근래 보기 힘든 숫자였다.
눈치가 보이면서도 내심 뿌듯했다. 스승도 제자의 성장을 기뻐해주셨다. 그러나 언뜻 보이는 선배의 표정은 어두웠다. 뭐랄까, 슬픈 미소랄까. 절대자였던 그에게는 오늘의 패배가 여러모로 착잡한 듯했다.
나의 시대가 다음 세대로 넘어간다고 생각될 때 밀려오는 상실감이 이런 것일까, 생각했다. 입장 바꿔보니 그 시간의 쓸쓸함이 참 잔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다음번 회동 때는 그가 다시 나를 압살 할 게 분명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