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끝나간다. 유한한 인생이 이렇게 또 죽음에 한 발자국 가까워진다. 12월에 진입하고서야 앞선 11개월의 삶에 얼마나 충실했었나를 돌아보고 후회하는 버릇은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된다. 내년 12월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2019년은 두 가지 큰일(지극히 개인적인)을 해낸 해로 기억될 것이다. 우선 체중을 목표치까지 감량했다. 지난 5월 87kg였던 몸무게는 현재 74kg까지 내려왔다. 5년 전 결혼할 당시 무게를 되찾은 셈이다. 한 번 먹을 때 과식하지 않고, 저녁 8시 이후 금식하고, 일주일에 2~3번 걸어서 퇴근하는 생활을 반년 동안 지속해 얻은 결과다. 결실은 평범한 규칙이 꾸준히 유지될 때 찾아왔다.
또 하나 큰일은 영어 회화 과외를 시작한 것이다. 수년간 미뤄온 일이다. 9월부터 시작해 4개월째 접어들었다. 일주일에 2회, 한 번 할 때 1시간 30분씩이다. 체중 감량과 같은 가시적 성과는 아직 없지만, 영어 공부를 드디어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자존감이 올라가는 유쾌한 경험을 했다. 시작조차 안 하면서 내세웠던 수많은 핑계가 그만큼 구차했다는 방증이다.
개인 역사에 남을 이 두 가지 성과가 휴면 계정 상태였던 브런치를 며칠 전 흔들어 깨우는 데 일조했다. 브런치에는 2년 전쯤 가입했다. 그러나 첫 글을 여태껏 쓰지 못했다. 자신이 없어서다.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는 작가적 글쓰기를 선보여야 한다는, 특히 포문을 여는 글은 정말로 괜찮아야 한다는, 그런 종류의 압박감이 날 짓눌렀다. 멋진 글을 척척 써내는 실력이면 참 좋을 텐데 실은 그렇지 않아서, 내 바닥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계속 피해 다녔다.
김훈·김연수를 꿈꾸는 것도 아니면서 참 오래도 뜸 들였다. 영어 공부 일단 시작이나 하고 보자던 그 마음을 이 공간 처음 채우는 용기로 썼다. 이제부터는 꾸준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