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6일 화요일
초등학교 5학년때 심한 불면증을 겪었다. 불면은 갑자기 찾아왔다. 어느 날부터 잠을 자려고 아무리 애써도 잠에 들 수 없었다. 지금이라면 멜라토닌이라도 먹을 텐데 그땐 또렷한 정신을 어찌할 길이 없었다. 깜깜한 방 침대에서 뜬눈으로 2~3시간씩 뒤척이는 건 그야말로 공포였다. 처음엔 하루이틀 이러다 말겠지 했는데, 불면의 밤은 거의 석 달 가까이 지속했다. 너무 고통스러워 부모님과 형 방을 두드렸으나 모두 귀찮아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요즘 10살 아들이 혼자 잠을 못 잔다. 새 침대 사준 직후에는 혼자서도 잘 자더니, 언제부턴가 다시 안방으로 기어들어오거나 거실로 나온다. 화장실 가는 척, 물 마시는 척 나와 아내 주변을 기웃거리는 방법도 다양하다. 아이는 혼자 누워있으면 잠이 안 오고, 어두운 방에 멀똥멀똥 있다 보면 무섭기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30년 전 내 증세와 똑같다.
어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나는 내 어릴 적 트라우마를 기억하면서도, 내일모레 4학년인데 아직도 이러면 어쩌냐고 아이의 유약함을 다그쳤다. 아이의 닭똥 같은 눈물을 보니 내가 좀 치사하다고도 느껴졌다.
우여곡절 끝에 아이가 잠들고, 유료 상담사 챗GPT에게 나도 어릴 때 힘들었으면서 아들의 힘듦을 외면한 내 치사함에 대해 고백했다. 인공지능은 나의 질책에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싶었던 어린 내가 보인다고 했다. 그때의 나는 보호받지 못했으니,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고, 그 생존 방식이 자동으로 튀어나온 거라는 그럴듯한 말도 붙여줬다. 너무 후한 해석에 멋쩍었다. 아무튼 내일은 그냥 아들을 끼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