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8일 목요일
아들의 초등학교 3학년이 끝났다. 방학식 마치고 귀가한 아이의 두 손이 무거웠다. 책상 서랍과 사물함에 쌓여있던 1년의 노력을 집으로 옮긴 녀석은 진이 빠져 있었다. 와이프는 아들이 들고 온 학습 자료들의 사진을 찍어 내게 보냈다. 가족을 동물로 표현하는 시간에 엄마를 오징어로, 아빠를 거북이로 그린 종이를 함께 보며 키득댔다. 엄마한테 화장하라고 잔소리한 이유를 알겠다, 샤워하러 들어가서 안 나오는 아빠를 정확히 표현했네, 부부 사이에 공방이 오갔다.
저녁 퇴근 시간에 맞춰 둘을 회사 앞으로 불러냈다. 엄마아빠 어릴 땐 특별한 날에만 갔어, 아웃백 문을 열며 울프강 스테이크하우스라도 데려온 것처럼 거들먹거렸다. 울프강 맛을 모르는 아들(나도 모름)에게 특별한 날에만 먹던 아웃백 스테이크를 먹이며 3학년 수고했다고 격려했다. 하루씩 쪼개서 보면 마냥 순탄하진 않았지만 이 정도면 무탈하게 보냈다. 이동진 평론가 말대로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살아주면 좋겠다. 삶은 설계도보다 리뷰에 가까우니까. 아들의 성실한 ‘오늘’ 하루를 응원한다.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