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탄생

2026년 1월 11일 일요일

by 전귀자씨

처가 어르신들이 4년 전 평촌에서 강화도로 넘어오신 직후 남매로 추정되는 길냥이 두 마리가 처가댁 현관 앞에 자연스레 눌러앉아 3년 정도 산 적 있다. 섬에서 막 전원생활을 시작했던 어르신들에게 두 녀석은 낯선 동네 적응의 든든한 파트너였다. 호기심에 어슬렁대는 남매에게 장모님이 매일 진수성찬을 차려주자 고양이들도 마음을 열었다. 그런데 이 둘은 작년에 약속이나 한 듯 차례로 사라졌다. 시크하던 수컷이 먼저 사라지더니, 몇 개월 후엔 애교 많던 암컷마저 사라졌다. 장인어른은 들개나 다른 짐승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하셨다.


최근 처가 어르신들 댁에 새끼고양이 한 마리가 새 식구로 들어왔다. 길고양이가 이웃집 비닐하우스 안쪽 구석에 낳은 새끼 여럿 중 하나다. 어미는 털 색깔이 혼자 다른 새끼 한 마리를 버리고, 나머지 자식들만 데리고 거처를 옮겼다고 한다. 진짜로 털 색깔 탓인지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인간은 알 수 없다. 아무튼 장모님은 그 불쌍한 아이를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데려오셨다. 말없이 왔다가 말없이 사라진 두 고양이의 대체재로 생각하셨을지도 모른다.


요즘 처가 어르신들은 자식들 집에 오실 때마다 어린 고양이 ‘또자’와 또자가 먹고 싸고 잘 짐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신다. 손주 육아에선 자유로웠던 두 분은 그들 스스로 다른 육아를 택하셨다. 강화도 식탁 의자와 소파가 다 뜯어졌으니 스스로 택한 육아 강도가 훨씬 센 것으로 보인다. 또자는 지난 주말 처남 집들이에서도 당당하게 한자리를 차지했다. 어느새 진짜 가족이 되었다. 넌 말없이 떠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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