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2일 월요일
현재 에너지 분야를 맡고 있다. 정쟁으로 얼룩진 영역이다. 다들 예민하고 화가 나있다. 원전이든 태양광이든 무슨 행사만 하면 행사장 입구에는 붉은 띠를 두른 단체 회원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시위를 하고 있다. 석유 한 방울 안 나오는 비좁은 국토 탓이지 싶다. 최근 출장 다녀온 사우디에서 본 산유국 국민 특유의 태생적 느긋함이 떠오른다.
세종에 내려가 한 공무원을 만났다. 국가 에너지 정책 수립 과정에 깊게 관여하는 공직자였다. 누군가의 일 이야기를 듣고 의미를 뽑아 전파해야 하는 내게 무척 중요한 인물이란 뜻이다. 모든 기자가 그러하듯 나 역시 식사 내내 공격적으로 질문을 퍼부었다. 그때 그 계획은 현재 얼마나 진척됐나, 장관이 이렇게 말하던데 함의가 뭔가, 전 정권의 이 사업은 폐기된 건가. 난 내 할 일을 열심히 했다.
공직 생활을 오래 한 그는 내가 원하는 답을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 짬에서 나오는 그의 노련함이 허술한 나의 유도신문을 가볍게 눌렀다. 말문이 막힐 때면 그는 “제 학교 동기 OOO 기자, 아직 사회부에 있어요?” 둘 모두에게 무용한 질문을 능구렁이처럼 던졌다. 어렵게 잡은 식사 자리는 허무하게 끝났다.
헤어지기 전 횡단보도에 서서 그는 평소 전화를 잘 안 받아서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양쪽에서 저한테 전화해서 욕을 해요.“ 그가 말한 양쪽은 친원전과 탈원전 세력이었다. 한쪽은 왜 하냐고, 한쪽은 왜 안 하냐고 연일 욕을 해댄다고 했다. 서울에 사는 그는 금요일 저녁에 상경하면 곧장 낚싯대를 들고 아무도 없는 강과 바다로 가서 주말 내내 묵언수행을 하고 온다고 했다. 지쳤어, 그러니 너도 그만해, 라고 말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