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3일 화요일
지난달 초 아들은 가방에 걸고 다닐 작은 키링이 갖고 싶었다. 그즈음 아이의 성탄 소원 목록을 접수하던 산타 할아버지에겐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었다. 아, 반가운 소식이었을 것이다. 산타와 대화해 본 건 아니지만 그렇게 느껴졌다. 아들은 키링을 달라는 편지를 써서 거실 크리스마스 트리에 올려뒀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평소 친하게 지내는 동네 이웃 여럿이 한 집에 모여 파티를 했다. 송년 분위기에 젖은 어른들의 술자리는 길어졌고, 자연스레 아이들은 그 집에서 자게 됐다. 그중 대장격인 4학년 누나가 종이와 펜을 가져오더니 산타에게 편지를 다시 쓰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동생들도 누나를 따라 편지를 다시 쓰기 시작했다. 술에 취해가던 어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산타가 이미 선물 보따리를 들고 출발했는데 이게 뭐 하는 짓들이지…
아들이 쓴 편지에는 키링은 온데간데없고 닌텐도 게임 젤다가 적혀 있었다. 다음날 아침 그 집에서 기상한 아들이 와이프에게 전화했다. 트리 밑에 선물이 있는지 봐달라는 부탁에 아내는 잘 있다고 했다. 허겁지겁 집으로 온 아들은 흥미 잃은 키링을 들고는 종일 울상이 됐다.
며칠 전 셋이 대형마트에 갔다. 레고 매장 앞을 서성이는 아들과 키링이 겹쳐 보이며 괜스레 짠한 감정이 들어 하나 골라보라고 했다. 흥분한 아이가 10만원에 가까운 테크닉 시리즈(페라리 자동차)를 골랐다. 아빠엄마에게 도움 청하지 않고 끝까지 직접 해내는 조건으로 사줬다. 일과 끝내고 저녁마다 꼬박 사흘을 매달린 녀석은 오늘 진짜로 멋진 스포츠카 한대를 만들어냈다. 내가 도와준 건 부품이 잘 안 빠질 때 힘으로 빼준 게 전부다. 아이는 큰 성취감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2025년 크리스마스는 아빠가 산타를 처음으로 이긴 해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