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회장님 인터뷰

2026년 1월 14일 수요일

by 전귀자씨

아침 일찍 차를 몰고 충북 충주로 인터뷰하러 갔다. 작지만 강한, 그래서 오랜 업력을 자랑하는 강소기업의 창업자나 대표이사를 인터뷰하는 기획이었다. 신혼 1년 포함 세종에 총 3년 사는 동안 차로 서울까지 지겹게 다녀 충주 정도는 만만하게 봤는데, 오랜만에 장거리 운전하려니 쉽지 않았다. 딴생각하다가 고속도로 출구도 놓치는 바람에 도착까지 2시간 30분가량 소요됐다.


70년 됐다는 회사 사옥은 낡고 아담했다. 건물 뒤편 공터에 차를 대고 정문으로 들어갔다. 퀭한 눈으로 나타난 내게 말끔하게 차려입은 훈남이 다가왔다. 그가 건넨 명함에 실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얼굴만 보고 대리나 과장 정도로 생각했는데 꽤나 높으신 분이었다. 실장과 함께 나온 차장도 상당한 동안이었다. 중소기업이라 그런가. 두 직원은 인터뷰이인 회장님이 기다리고 있다며 3층으로 날 안내했다.


창업주인 부친께 이어받은 회사를 평생 일군 회장님은 언변이 뛰어나진 않았다. 답변이 짧고, 알맹이도 없었다. 가끔 길게 늘어놓는 에피소드는 신문에 담기 적절치 않았다. 기사 쓰는 입장에선 답답한 스타일이다. 그래도 그 서툰 말발에서 자기 일에만 집중해 온 사업가의 진심이 보여 최대한 존중하며 참고 들었다.


1시간쯤 지났을 때 뒤에 조용히 앉아있던 젊은 실장이 회장 말에 껴들었다. “그러니까 회장님 말씀 뜻이 뭐냐면…” 본인도 답답했는지 회장 발언의 취지를 자신의 언어로 다시 정리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실장 쪽이 감이 있었다. 언론이 원하는 키워드를 잘 포착했다. 그의 정리가 고마웠다. 그러면서도 벙어리가 된 회장이 신경 쓰였다. 나 가고 혼나는 건 아닌지.


실장 덕에 ‘야마’를 간신히 건지고 인터뷰를 끝냈다. 고생하셨다 인사를 나누고 1층으로 내려가 다시 차에 올랐다. 리멤버 앱을 열어 오늘 주고받은 명함들을 등록하자 카카오톡에 새로운 친구로 떴다. 회장과 실장의 카톡 프로필이 같았다. 정부 주최 행사에서 큰 상을 받은 뒤 현장에서 촬영한 가족사진이었다. 실장은 회장 사모님과 닮았구나… 명함 주던 실장 손목의 롤렉스가 진품일까 잠시 생각했던 내가 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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