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6일 금요일
이번 겨울이 시작될 때쯤 가지고 있던 패딩 대부분을 당근으로 처분했다. 아내가 비싸더라도 가볍고 퀄리티 좋은 고가 패딩을 하나 사라고 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보유 중이던 패딩이 대체로 무거웠던 데다, 쇼핑 자주 못하는 남편이 짠해 보이기도 한 모양이다. 좋은 걸로 사자고 먼저 제안해 주는 마음이 고마웠다.
쉬는 금요일을 맞아 백화점에 갔다. 패딩으로 유명한 브랜드 매장 여러 곳을 돌며 와이프가 골라주는 옷들을 입어봤다. 대부분 고급스럽고, 멋지고, 가볍고, 따뜻했다. 매장 직원들은 내가 입은 게 덕다운이면 구스다운보다 덕다운이 좋은 이유를 설명하고, 반대로 구스다운에 관심을 보이면 금방 태세를 전환해 오리보다 거위가 나은 이유를 늘어놨다. 그들의 순발력에 감탄했다.
직원들은 내가 입어보는 패딩마다 잘 맞는다고 했다. 내가 105 사이즈를 원하는데 재고가 없으면 “크게 나와서 100을 입으셔도 충분할 것”이라며 한 치수 작은 걸 입혔다. 처음엔 타이트한 것 같다가도 직원의 칭찬을 듣고 한쪽 팔에 박힌 고가 브랜드 로고를 보면, 갑자기 잘 맞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반대로 내가 찾는 것보다 큰 사이즈만 남았을 때는 “어깨가 두꺼우신 편이라 러프하게 입는 게 잘 어울린다”는 설명과 함께 110 사이즈가 내 손에 건네졌다.
결과적으론 백화점에서 빈손으로 나왔다. ‘뭐든 하나 사겠다’가 ’굳이 이렇게까지 주고’를 끝내 넘어서지 못해서다. 약간의 허탈함이 쌓인 상태로 돌아온 우리는 영어캠프 끝나고 귀가한 아들을 데리고 곧장 코스트코로 넘어갔다. 구경만 많이 하고 장바구니는 가볍게 나오는 평소와 달리 이날은 코스트코에서 수십만원을 썼다. 술도 여러 병 사고, 과일과 냉동식품도 넉넉하게 샀다. 나 혼자 누릴 패딩을 참은 공허함을 다 함께 즐길 먹거리로 채웠다고 생각하니 그걸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