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주고받는 사회

2026년 1월 17일 토요일

by 전귀자씨

최근 회사 앞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인 승합차가 횡단보도 한가운데 서 있는 걸 봤다. 보행자를 방해하려는 의도는 없었을 것이다. 애매한 타이밍에 신호가 바뀐 탓이었을 것이다. 운전석의 남성은 최대한 착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본인 차 때문에 크게 돌아 길을 건너는 사람들에게 사과 메시지를 전하는 표정이었다. 대부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지나갔지만, 몇몇은 일부러 운전석을 흘겨보며 레이저를 쐈다. 운전자가 그 눈빛을 느꼈다면 참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렌치코트 차림의 한 여성 직장인이 그 차 뒤편으로 걸어갈 때였다. 발걸음에 흔들리던 코트 허리끈의 금속 바클이 승합차 꽁무니를 두어 차례 가격했다. 운전자의 세상 착하던 눈빛이 금세 싸늘해졌다. 그는 여성이 ‘여기에 세우면 어떡하냐’며 일부러 차를 치고 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창문을 내리더니 무서운 눈빛으로 여자를 째려봤다. 여성이 그 눈빛을 느꼈다면 참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들을 리틀야구에 내려주고 와이프와 근처로 데이트하러 갔다. 주차장에 진입해 빈 공간을 찾다가, 바퀴를 주차선에 걸쳐둔 몰상식한 흰색 차를 봤다. 운전자의 무개념 탓에 주차 자리 하나가 날아갔다고 욕하며 차를 지나쳤는데, 알고 보니 진짜 빌런은 그 옆의 검정색 차였다. 검은 차가 먼저 선을 침범해 주차한 탓에 흰색 차도 한쪽으로 붙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흰색 차주가 내 욕을 들었다면 참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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