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4일 토요일
초등학교 2학년 올라갈 때까지 잠수를 못했다. 물속에 머리를 집어넣는 게 무서웠다. 지금도 그렇고 태생적으로 겁이 많은 편이다. 그 시절 여러 가족이 함께 바다로 놀러 갔는데, 잠수를 못하는 나만 머리카락이 물에 젖지 않아 엄마가 날 사람들 앞에서 놀렸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엄마는 혼자만 바다에 못 들어가는 막내아들이 귀여워 그런 거라고 했다. 하지만 난 엄마가 사람들 앞에서 놀릴 때 수치심을 느꼈다. 35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창피함이 기억난다.
초1에서 2학년 올라가는 겨울방학부터 수영 레슨을 시작했다. 잠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레슨이 끝나면 혼자 유아풀에서 머리를 물에 넣는 연습을 했다. 물에 쏙 들어가는 그 찰나만 이겨내면 되는데 그게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어쨌든 여러 실패를 거쳐 결국에는 스스로 잠수에 성공했다. 머리카락이 처음 젖은 그날, 물속에서 물안경 너머로 사람들의 다리를 보며 엄청난 성취감을 느꼈다. 그해 여름 내가 살던 지역에서 작은 수영대회가 열렸고, 난 초2 평영 부문에 출전해 금메달을 땄다. 평범한 내 인생에서 손꼽는 드라마틱한 서사 중 한 장면이다.
아빠가 되고 보니 내 아들도 나를 닮아 쫄보 기질이 상당하다. 어린이집 다닐 때 물놀이 가서 잠수 못하는 모습을 보고 내 아들이 맞는구나 싶어 반가웠다. 내가 겪은 수치감을 물려주고 싶지 않아 “잠수 한번 해봐”란 말도 꺼내지 않았다. 아들은 초2에서 3학년 올라가는 겨울방학부터 수영 강습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강릉의 한 호텔 수영장에서 지난 1년간 레슨 받은 아들의 수영 실력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아이가 20m 정도 되는 수영장 양끝을 혼자 오가는 모습을 보며, 사람은 다 자기만의 속도가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큰 수확이 있는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