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자가 사라졌다

2026년 2월 2일 월요일

by 전귀자씨

지난해 말 강화도 처가 어르신댁에 선물처럼 찾아온 어린 길냥이 ‘또자’가 두 달 만에 자취를 감췄다. 두 분은 어미에게 버려진 새끼 고양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진 실내에서 케어하다가 마당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실 생각이었다. 예전에 함께 살던 남매 고양이 두 마리가 쓰던 집이 현관 앞에 아직 있어 그 공간을 또자 집으로 쓰기로 했다.


내보낼 시점을 특정한 건 아니었다. 다만 무서운 속도로 큰 또자가 식물을 부러뜨리고 의자를 뜯어놓고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기 시작하자 두 분은 서서히 마음의 준비를 하셨다. 이틀 전 장인어른은 현관 옆 구석진 공간에 또자 집을 꾸렸다. 춥지 않도록 집 안쪽에 이불을 깔고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챙겨줬다. 처음엔 외부 생활을 경계하던 녀석도 금방 적응해 마당을 뛰어다녔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또자는 자취를 감췄다. 두 분이 낮에 잠시 외출하고 돌아오니 사라졌다고 한다. 동네 길냥이들이 놀러 와 어울리는 것 같다더니, 친구들을 따라간 건지 혼자 떠난 건지 알 길이 없다.


난 괜한 죄책감이 들었다. 또자가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장인어른이 화나셨을 때, 장모님께 언제 내보낼 계획이냐고 물어본 사람이 나였기 때문이다. 빨리 내보내잔 의미는 아니었다. 다만 사위의 질문이 두 분에게는 빨리 내보내달라는 메시지로 인식된 듯했다.


또자는 어디로 갔을까. 어쩌면 지금쯤 길냥이 친구들과 더 행복한 일상을 누리고 있을지 모른다. 반대로 온갖 위협 속에서 힘든 상황에 놓였을 수도 있다. 부디 후자는 아니었으면 한다. 집 나간 고양이들은 1년 후에도 느닷없이 나타난다던데, 처가댁에도 느닷없이 나타나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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