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들 또 이러네

2026년 2월 4일 수요일

by 전귀자씨

인턴기자 시절, 우리를 관리하는 선배 둘이 있었다. 당시 내 눈엔 둘 다 하늘처럼 높아 보였는데, 생각해 보면 그때 선배들 연차도 고작 10년 전후에 불과했다. 현재 비슷한 연차인 내 주변 후배들을 떠올려보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같은 10년 차인데 그 시절 선배들과 지금 후배들의 느낌이 많이 달라서다. 언론의 위상 변화에 따라 기자들 태도도 달라졌거나, 그냥 세대 특성이 다르거나, 다 똑같은데 받아들이는 내가 바뀌었거나. 아무튼 인턴기자땐 선배들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두 선배를 오랜만에 만났다. 이 중 한 명은 지체장애인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에 합류했다가 현재는 같은 맥락에서 우리 사회가 약자들과 공생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는 비영리 언론사를 차렸다. 심성이 고운 선배인데 본인과 잘 맞는 일을 하는 듯하다. 다만 이런 부류의 매체가 그러하듯 돈을 잘 벌진 못한다. 학력도 능력도 좋아 충분히 더 쉬운 길 찾을 수 있는데 가치관대로 사는 모습에서 존경심을 느낀다.


다른 한 선배는 이직 없이 한 회사를 쭉 다녀 현재는 데스크 부장까지 올라갔다. 이 선배는 좀 더 현실적이고 직언을 잘한다. 심성 고운 선배보단 후배인데, 만나면 항상 그 선배를 향해 잔소리를 쏟아낸다. 가치 실현 다 좋은데 형수님 굶기진 말아야 할 것 아니냐, 류의 잔소리다. 애정에서 나오는 말들이지만 가끔 술이 넘치게 들어가면 표현도 필요 이상으로 거칠어져 나는 좌불안석이 된다. 착한 선배는 ‘이놈 또 시작이네’ 하는 표정으로 후배 잔소리를 묵묵히 듣는다. 오늘도 역시나 대화 흐름은 비슷했다.


더는 두 분의 대화가 인턴 때 느낀 것처럼 깊이 있거나 남다르게 다가오진 않는다. 그냥 술 취한 둘째 형이 마음씨 좋은 첫째 형에게 개기고, 막내는 가운데서 아 그만 좀 해요 형 하는 K드라마만 되풀이될 뿐이다. 이 역시도 둘은 늘 똑같았는데 받아들이는 내가 바뀐 데서 오는 차이일 것이다. 첫째 형이 갑자기 흑화해 테이블을 내리치며 “이 새끼야 적당히 해!” 소리치는 날만큼은 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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